현재 법조윤리協 규모로는
수천건 수임내역 확인 애로
내역 축소하거나 보고 안해
전화변론 등도 적발 어렵고
들켜도 변협 과태료가 전부
“형사 처벌 규정한 변호사법
20代 국회 반드시 개정해야”
법조윤리협의회의 공직 퇴임 변호사 수임 내역 전수조사는 최근 전관 출신 홍만표(57)·최유정(여·46) 변호사의 비리 의혹이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이뤄지는 법조계의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협의회 측은 24일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협의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협의회는 사무직원들에게 공직 퇴임 변호사 사건 수임 내역을 모두 배당한 상태다.
문철기 협의회 사무총장은 이날 “처음에는 수임 사건이나 액수가 많은 변호사를 선별해 조사할 방침이었으나, 법조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수조사에서 비위 사실이 적발된 변호사의 경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징계 개시 신청은 물론,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수임 내역 축소 보고·수임료 현금으로만 거래 = 현재 협의회 규모로는 비위 사실 감시가 어려운 점을 악용해 수임 건수 및 수임액을 축소 보고하거나, 아예 보고하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 퇴임 변호사 수는 380명에 달하고, 전체 수임 내역을 합하면 수천 건에 이른다. 실제 수임 내역을 축소 보고하거나 수임액을 신고하지 않더라도 대한변호사협회나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진정서가 접수되거나, 다른 사건을 통해 비위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사전에 적발하기 어렵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홍 변호사의 수임 내역을 조사하며, 홍 변호사가 수임 보고 의무를 1회 이상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법에 따라 변호사는 전년도 수임 내역 및 수임액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수임료를 현금으로 받을 경우 의뢰인과 입을 맞추면 세무 신고를 따로 하지 않고 탈세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공직 퇴임 변호사도 많다. 검찰은 최근 최 변호사의 대여 금고에서 13억여 원이 발견돼 부당 수임료로 판단하고 몰수한 바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직 퇴임 변호사 중 현금 거래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통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로비하려는 의뢰인들은 비자금 등 부정한 자금을 사용해 수임료를 내려 하기 때문에 의뢰인과 변호사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라고 밝혔다.
◇‘몰래 변론’ 잦지만 처벌 규정 약해 = 공직 퇴임 변호사의 비위 사실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화 변론 등으로 일컬어지는 ‘몰래 변론’이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 활동을 하기 때문에 적발이 어렵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선임계를 내지 않는 변호인은 변론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법이다. 변협 등에서는 이 사실이 적발될 경우 내규에 따라 징계 차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홍 변호사와 최 변호사도 여러 사건에서 선임계 없이 몰래 변론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인 최교일 변호사와 서울북부지검장 출신 임권수 변호사도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몰래 변론한 사실이 적발돼 변협 차원에서 과태료 2000만 원의 징계를 각각 받은 바 있다. 문제는 몰래 변론의 경우 과태료만 부과될 뿐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는 점이다. 변호사법에 ‘선임계를 내지 않은 변호사는 변론할 수 없다’는 규정만 있을 뿐,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 단체에서는 이를 입법 미비로 판단하고 여러 차례 변호사법 개정안을 요구한 바 있으나, 19대 국회에서도 결국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판·검사 출신 의원들이 법률안 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20대 국회에서도 변호사법 개정안 요구 이어질 것 = 공직 퇴임 변호사들은 선임계를 내지 않고도 수억 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과태료 처분으로는 거액 수임료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전화 변론 등 몰래 변론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을 담은 변호사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협도 지난 3월 선임계 제출 의무 등을 위반한 변호사에게 징역 1년 이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전관예우는 국민의 사법 신뢰를 위해 가장 먼저 척결해야 하는 악습”이라며 “사법적 처리를 통해 변호사들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 법조윤리협의회 = 법조 윤리 전반에 대한 상시적 감시와 분석을 통해 법조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7년 7월 27일 설립된 기관이다. 협의회 내 의결기구인 위원회는 법원행정처 처장과 법무부 장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각 3명씩 지명한 위원 9인으로 구성된다.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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