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시민청에 이전 설치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에서 메모지에 적힌 추모글을 읽고 있다.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시민청에 이전 설치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에서 메모지에 적힌 추모글을 읽고 있다.

- ‘강남역 살인’ 피의자 현장검증

“피해자 유족에 미안, 송구”
모습 평온… 태연히 범행 재연

19일 정신보건법 개정안 통과
“강제입원 절차 더 복잡해져
조현병 환자 관리 더 어려워”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 씨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범행 현장에서 현장검증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 씨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범행 현장에서 현장검증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서초동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34) 씨가 24일 “담담한 심경이지만, 피해자와 유족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사건 현장에 김 씨를 데려와 범행 장면을 재연하는 현장검증을 했다. 김 씨는 현장검증에 앞서 유가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피해 여성에게 개인적인 원한이나 감정이 없기 때문에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며 “유가족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운동복 차림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질문에 답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오히려 취재진의 눈을 응시했다. 지금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그냥 뭐, 담담하다. 차분하다”고 짧게 대답했다. 개인적인 원한이 없는데 왜 피해자를 살해했느냐는 질문에는 “조사 과정에서 경찰에게 충분히 말했고,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현장검증 전 진술거부권 등을 알려 주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어 비공개로 30여 분 동안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김 씨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경찰이 준비한 마네킹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는 장면을 태연히 재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지난 17일 이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 A(23) 씨를 살해한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경찰은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로 2008년 이후 병원에 6차례 입원한 전력이 있는 김 씨가 여성들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관련법 절차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상섭(67) 대한법정신의학회 회장은 “최근 국회에서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되레 조현병 환자 관리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며 “조현병은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보다 공격성이나 폭력성이 분출되기 쉬워 사회 안전을 위해서도 국가가 나서 치료를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강제입원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 기존에는 정신과 의사가 필요성을 인정하면 강제입원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환자가 본인이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 전문의가 강제입원을 결정한 경우 외부 기관인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입원의 적합성을 한 차례 더 심사하도록 규정했고 최대 입원 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김리안·박효목 기자 knra@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