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편 이야기 詩소설 형식
사진작가 차미혜와 협업
작가전 통해 퍼포먼스도
번역가 스미스 내달 방한
- 詩 작품에도 관심 쏠려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서정적이며 강렬한 언어
인간성에 대한 질문 집요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문학계를 뒤흔든 소설가 한강(46)의 시(詩) 작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이 “압축적이고 정교하며,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라고 극찬했듯이 한강의 아름다운 문체가 그가 시인으로서 활동한 이력에서 비롯됐음이 알려지면서 수상 후 첫 신작이자 ‘시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나온 ‘흰’(난다)에도 뜨거운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24일 출간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흰’은 시처럼, 소설처럼 자유로운 형식이다. 기본적으로는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65편의 세부 이야기가 펼쳐져 있어 그 하나하나가 마치 시처럼 보인다.
소설 속 화자인 ‘나’가 태어난 지 2시간 만에 죽은 언니에 대해 회상하는 걸 주요 내용으로 한다. ‘흰 것’을 통해 연상되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그린다. 언니를 회상하는 흰 것이 바로 강보, 배내옷, 달떡, 쌀, 수의 등이고 이것이 그대로 65편의 일부를 구성하는 표제어가 됐다. 그중 배내옷의 이야기가 눈에 띈다.
배내옷은 “내 어머니가 낳은 첫 아기는 태어난 지 2시간 만에 죽었다고 했다”로 시작한다. 초겨울 시골의 외딴 사택에서 혼자 탯줄을 끊고 아기를 출산한 어머니는 피 묻은 조그만 몸에다 방금 만든 배내옷을 입힌다. 그리고 “죽지 마라 제발” 하고 애원한다. 하지만 아기의 체온은 이내 싸늘하게 식는다.
한강은 2014년 초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4개월간 머물며 이 책을 썼다. 흰 도시, 초, 만년설 등의 표제어가 달린 이야기에는 낯선 공간에 대한 화자의 감상이 깃들어 있다. 한강은 흰 것에 대한 상념을 글로, 협업한 차미혜 사진작가는 사진으로 ‘흰’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한강은 1994년 서울신문에 소설 ‘붉은 닻’으로 등단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시인으로 먼저 데뷔했다.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4편의 시가 당선됐다.
한강은 2013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2007년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2002년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등을 펴냈다. 등단 이후 소설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창작 활동을 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는 첫 시집이다. 인간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진실을 특유의 시적 문체로 풀어냈다. ‘저녁의 소묘’ ‘새벽에 들은 노래’ ‘피 흐르는 눈’ ‘거울 저편의 겨울’ 등 제목만으로도 서정적이면서 강렬하다. 60편으로 구성된 이 시집은 인간과 인간성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는 작가의 인생 궤적이라 할 수 있다.
한강은 이번 신작 ‘흰’에서 모티브를 얻어 다양한 영상 퍼포먼스에도 도전한다. 차 사진작가의 사진을 더해 6월 3∼26일까지 서울 성북구 선잠로 스페이스 오뉴월에서 ‘소실.점’전을 열 예정이다. 김민정 난다 대표는 “신작과 영상 퍼포먼스는 ‘흰’에 대해 작가가 느낀 것을 글과 몸으로 표현하는 이색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언론에 사실상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수상 후 고마운 분들이 많아서 일주일간 많은 생각을 했다”며 “차미혜 작가와 협업한 신작 ‘흰’은 소설 또는 시 같은 이상한 장르로, 쓰고 나서 다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기자회견 후에는 일단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사인회나 강연회, 낭독회 등 다양한 형태로 독자들과 만남의 자리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채식주의자’의 출간사인 창비의 강영규 문학출판부장은 “맨부커상 수상 소식 직후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채식주의자’는 25만 부, ‘소년이 온다’는 5만 부를 추가로 제작했다”면서 “독자들의 요청이 높은 만큼 독자 강연회 등을 한 작가와 협의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6월 중순에는 한강과 ‘채식주의자’의 번역가인 데버러 스미스의 만남도 기대된다. 스미스는 6월 15∼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말한다’를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방한한다. 일각에서는 이때 한강과 스미스의 공동 강연 등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