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청소년극 ‘고등어’

이것은 생(生)에 관한 것이다. 그냥 ‘살아지는’게 아니라, 파닥파닥 몸부림치는 삶. 그것은 물 밖으로 나온 고등어이기도 하고, 깨어진 화분에서 튕겨진 식물이기도 하며, 불쑥 학교를 뛰쳐나온 15세 소녀들이기도 하다. 꿈틀꿈틀, 찌릿찌릿, 간질간질…. 온몸으로 생을 ‘감각’하는 존재들이 말을 건다. ‘당신, 살아 있군요.’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개막한 ‘고등어’(작 배소현, 연출 이래은·사진)는 국립극단 청소년 극 릴-레이의 시즌 첫 작품이다. 연극에는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여중생들이 등장한다.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수많은 말을 일기로 쓰는 ‘지호’와 무성한 소문을 뒤로 한 채 늘 엎드려 자는 ‘경주’. 어느 시대, 어느 교실에나 있던 ‘나’이자 ‘너’이다. 친구가 별로 없던 두 사람은 어느 날 비밀스럽게 친구가 되고 서로를 알아간다. 맥주를 나눠 마셨고, 온몸이 부서지게 소리를 질렀다. 화분을 던졌고, 쉴 새 없이 쪽지를 주고받았다. 바다로 달려가, 고등어잡이 배를 탔다. 이유는 하나. 살아 있다는 게 무엇인지, 미치도록 궁금해서.

어른이 하면 ‘중2 병’이라 놀림받을 만한 간지러운 대사들이 쏟아진다. “우리 친구 할래?” “캐묻는 게 친구냐? 지켜주는 게 친구지.” “정말 살아 있다는 게 뭘까?” “막 설레고 간지럽고 미치겠고 애틋하고…그럼 그게 사랑이다.” 빤한 말들이 툭툭 무대 위로 떨어지지만, 관객들은 웃음으로 호응한다. 낯간지러움보다 유쾌함이 앞선다. 극을 놀이처럼 생동감 넘치게 연출한 덕이다. 여기에, 실제 나이가 궁금해질 만큼 배우들의 풋풋하고 뻔뻔한 연기도 한몫한다.

지호와 경주는 갓 잡아올린 고등어 떼를 본다. 제 성질을 못 이겨 이미 죽어버린 냉동 고등어, 혹은 마취된 채 유영하는 수조 속 고등어가 아니다. 살아 있고, 또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고등어다. ‘파닥파닥’. 두 사람은 웃고, 또 운다. 그래, 살아 있다. 그제야 깨닫는다. 고등어의 등이 푸른 건, 혹독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푸른 바다를 제 몸에 담은 거라고. 고등어가 물 밖에서 빨리 죽는 건, 좀 더 살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쳤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학교로 돌아온 지호는 꽃을 본다. 언젠가 경주와 함께 깨트린 그 화분 속 식물이 죽지 않고, 스스로 뿌리를 내렸다.

주인공들처럼 10대가 아닌 어른들도 볼 만하다. 생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요동치는 동안, 모든 인간은 영원히 15세니까. 류경인, 정새별, 경지은, 한소미, 정지윤 출연. 29일까지. 1644-2003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국립극단 제공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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