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원정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워싱턴 공항에 도착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선수들이 유나이티드 항공 전세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LA 다저스 트위터
지난해 7월 원정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워싱턴 공항에 도착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선수들이 유나이티드 항공 전세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LA 다저스 트위터
델타 항공이 운영하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전세기의 기내식.  뉴욕 양키스 트위터
델타 항공이 운영하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전세기의 기내식. 뉴욕 양키스 트위터
이동시간 줄여 컨디션 조절프로 스포츠 ‘전세기’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뒤 가장 놀라는 건 비행기다. 미국은 동부와 서부의 시차가 3시간이 나고 이동 거리가 길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비행기 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면 그만큼 컨디션을 가다듬을 시간을 버는 셈이기 때문이다. 경기에 이기기 위한 과정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맏형’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로 전세기를 언급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는 전세기를 타고 이동하고 그래서 짐과 몸 검사 없이 바로 움직인다”며 “비행기 이동은 성공의 사례”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또 “마이너리그는 싱글A부터 버스로 이동하고 멀리 가면 15시간까지 걸린다”고 덧붙였다. 시즌당 162게임을 치르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미국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풋볼(NFL) 등도 비행기를 ‘자가용’으로 삼는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전용기를 구입하기보다는 항공사와 계약을 맺은 전세기를 사용한다. 과거에는 구단이 비행기를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천문학적인 유지비 때문에 요즘에는 전세기 이용이 대체적인 추세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올해 메이저리그 13개 구단의 전세기를 운영하고 있다.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 강정호의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리츠, 김현수의 소속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시카고 컵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신시내티 레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LA 에인절스, 밀워키 브루어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유나이티드 항공의 고객이다. 다저스는 2011년부터 유나이티드 항공을 이용하고 있으며 연간 이용료는 1000만 달러(약 119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다저스와 피츠버그의 전세기는 보잉 737-800 기종이다.

델타 항공을 이용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박병호의 소속팀 미네소타 트윈스, 오승환의 소속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뉴욕 메츠, 워싱턴 내셔널스, 뉴욕 양키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탬파베이 레이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다. 미네소타와 세인트루이스의 전세기는 보잉 757-200 기종이다.

아메리칸 항공은 올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전세기를 운영하고 있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자국 항공사인 캐나다 항공 전세기를 이용한다.

대형 항공사와 계약하면 항공기 이상 등 돌발 변수가 생기더라도 대체기를 투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구단이 전용기를 운영하거나 작은 항공사와 계약한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MLW 항공과 계약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지난 4월 11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 경기를 마치고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선수단을 지역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로고가 그려진 비행기에 태운 것. 오클랜드 선수들은 도착한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오클랜드와 같은 전세기를 쓰는 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가 LA에서 열리는 바람에 오클랜드 선수단은 이날 평소 사용하던 전세기를 이용하지 못했다. 대체기를 투입했는데 공교롭게도 샌프란시스코의 전세기였다. 오클랜드의 외야수인 조시 레딕이 자신의 트위터에 샌프란시스코의 비행기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오클랜드 선수단이 샌프란시스코의 비행기에 탄 사실이 알려졌다. 텍사스도 MLW 항공과 계약하고 이 항공사 비행기를 사용한다. 기종은 보잉 767이다.

이대호의 소속팀인 시애틀 매리너스는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서북부 끝자락에 자리 잡은 시애틀은 지리적 특성상 다른 팀에 비해 이동 거리가 멀다. 대륙 반대편에 위치한 보스턴까지는 4800㎞가 넘고, 플로리다로 원정을 갈 경우엔 5000㎞ 이상이나 된다. 시애틀이 올 시즌 원정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는 7만6000㎞에 이른다. 지구를 두 번 도는 데 겨우 4000㎞가 부족한 거리다. 가장 이동 거리가 짧은 컵스(3만9000㎞)의 두 배 가까이 된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그리고 NHL 디트로이트 레드윙스는 전용기를 공유한다. 두 구단의 구단주는 마이클 일리치다. 기종은 맥도널더글러스의 MD-80이다.

전용기는 내부 구조를 구단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고, 따라서 전세기에 비해 선수들이 더 안락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용기의 경우 내부 좌석을 1등석 수준으로 교체하고 휴식용 소파, 마사지 테이블 등을 추가로 설치한다. 한 비행기를 일정 기간 빌려 사용할 경우에도 내부를 바꾼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1등석 수준의 좌석 90개를 갖춘 보잉 757을 전용기로 사용했다. 상업용 보잉 757의 좌석은 200석이 넘는다. 샌프란시스코가 올 시즌 이용하는 비행기는 보잉 737-8CX다.

전세기의 경우에는 내부를 바꾼 경우도 있고, 일반 항공기와 비슷한 경우도 있다. 일반 항공기라고 하더라도 선수들은 한 줄에 혼자 앉기에 일반 항공기보다는 편안하다. 전세기는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사는 일반 항공편 1등석 수준의 요리가 나온다. 애틀랜타의 치퍼 존스가 은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탑승했을 땐 바닷가재 요리, 오리 날개 요리 등 특별히 준비한 식사가 제공됐다. 전세기나 전용기에서 떠들썩한 파티가 벌어지는 경우는 예전보다 줄었고, 요즘엔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선수들은 잠을 자거나 음악 감상, 영화 관람, 독서, 컴퓨터 게임, 포커 게임 등 원하는 오락을 즐길 수도 있다. 출입기자를 동승시키는 구단도 많지만 ‘이동 여행’에 대한 기사는 금지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의 경우 델타 항공이 유나이티드 항공에 비해 비행기 내부가 더 편안한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5∼2016시즌 NFL 구단 중 버펄로 빌스, 시카고 베어스,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덴버 브롱코스, 휴스턴 텍슨스, 캔자스시티 치프스, 뉴올리언스 세인츠, 뉴욕 자이언츠, 뉴욕 제츠,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세인트루이스 램스, 탬파베이 버커니어스, 테네시 티탄스,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유나이티드 항공 전세기를 이용했다. 오클랜드 레이더스는 팀 스폰서인 하와이 항공 전세기를 이용한다. 다른 구단들은 델타 항공이나 아메리칸 항공 전세기를 사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 전세기는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320과 같은 작은 기종이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NFL은 보잉 767과 같은 비교적 큰 기종을 전세기로 사용한다. NHL 구단 중 전용기를 보유한 곳도 있다. 콜럼버스 블루재키츠는 맥도널더글러스의 DC-9-30, 새너제이 샤크스는 보잉 727, 애리조나 카이오츠는 보잉 757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 구단뿐 아니라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팀 중에도 전세기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지난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오하이오 주립대, 루이지애나 주립대 등 NCAA 명문 농구팀들은 전세기를 이용해 원정경기를 다녔다. 대학 풋볼팀 또한 전세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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