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에서 그나마 후한 평가를 받는 부분이 ‘외교’다. 한국갤럽의 최근 정기 여론조사(5월 셋째 주)에 따르면, 국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가 30%에 불과했는데, 이들 긍정적 응답자 중 24%가 외교 분야를 꼽았다. 압도적 1위였다. 실상도 그럴까. 박 대통령은 중국, 미국은 물론 이란 방문에서까지 좋은 이미지를 연출해 해당 국가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실질’의 측면을 보면 그렇지 않다. 미래로, 중심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주변으로 향하는 조짐까지 있다.
이번 주 동아시아에서는 올 상반기 외교의 가장 중요한 장(場)이 펼쳐진다. 26∼27일 일본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그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이미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또 NHK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비판, 북핵 대응이 주요 의제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각국의 구조개혁과 환율 문제를 놓고도 팽팽히 맞서 있다.
바로 옆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로 간다. 25일부터 6월 1일까지 에티오피아와 우간다, 케냐를 순방하며 우리나라의 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경제협력을 위한 정상외교를 벌일 예정이다. 3개국은 모두 과거 박정희 정권 때 수교가 이뤄졌고 새마을운동에 관심이 높은 나라들이다. 아프리카 외교도 필요하다. 북한이 대응 외교에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이 시점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얼마 전 일본 언론은 G7 정상회의에 박 대통령을 초청하려 했으나 한국 측이 다른 외교일정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무산됐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정부 측은 “언론플레이”라고 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핵심은 정부의 의지였다. 북핵 저지를 위해 G7 무대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 있었다면, 일본이 반대하더라도 요구했어야 했다. 박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다면 ‘옵서버’가 아니라 ‘주역’과 다름없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G7 국가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는 데다, 북핵 문제의 1차 당사자로서 핵 없는 세상에 대한 발언권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더구나 연초부터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으로 정세가 시끄러운 상황이었던 만큼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좀 더 적극적인 G7 정상외교에 나서야 했다.
그런데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정상 외교 일정이 오래전에 정해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세시마 일정을 알고도 그랬을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G7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것이 불편해서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교를 답습하기 싫었던 것일까? 이 전 대통령은 G8 정상회의(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엔 러시아 포함)를 적극 활용했다. 2008년 일본 도야코,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 G8 정상회의에 연속 참석했다. 외환위기 때의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한국의 넬슨 만델라’ 이미지로 다자 외교를 적극 활용해 한국 외교 이니셔티브를 확장했다.
이번 일은 박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외톨이형이다. 우아한 모습으로 사진 촬영에 응하지만 다자 외교무대에서 여러 정상과 섞여 친밀하고 진지하게 얘기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요즘 정상회의는 미리 조정된 의제만 거론하던 과거 관행과 달리 갈수록 실질 협상의 무대가 되고 있다. ‘포토제닉 외교’만으로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세계 최강국들을 상대로 했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
임기 말로 갈수록 외교 역시 성과가 중요해지고, 그만큼 평가도 냉정해질 것이다. 겉만 그럴듯한 외화내빈은 소용없다. 지금 안팎의 상황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우회 공략에 치중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날로 무모해지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도발 야욕을 확실히 저지하기 위해선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세계 중심국가들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동북아 정세는 갈수록 엄중해지고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 외교는 갈수록 회고적이고 ‘변방화’하는 듯하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반드시 외교 강국이 돼야 한다. 경제력은 10위권이라도 외교력은 악착같이 G4, G5 수준에 올라서야 한다. 그런데도 G7 대신 아프리카 방문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외교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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