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年10조원이상 투자… 특허출원 2년째 세계 1위
크로스라이선스 협상 등 유리하게 이끌려는 목적도
부진했던 선진국 시장서 스마트폰 입지확보 나설듯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이자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과 자국 법원에 삼성전자에 대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그동안 특허 전쟁에서 주로 방어적 입장을 취했던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공세로 돌아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중국 기업들이 ‘짝퉁’ 이미지를 씻고 부진했던 선진 시장에서도 성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 측과 ‘크로스 라이선스(특허공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화웨이는 애플, 에릭슨, 퀄컴, 노키아, 알카텔-루슨트 등 글로벌 ICT 기업들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으나 삼성전자와는 이 같은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에릭슨, 구글, 노키아, 시스코 등과 해당 계약을 맺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로 삼성전자와 애플 등 선두권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적수가 없으며 글로벌 전체로도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은 3위 자리를 굳힌 상태다. 다만 이 같은 성과는 자국 시장 판매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미국이나 한국 등 선진 시장에서는 아직 입지가 미미하다. 미국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1% 수준으로 3위인 LG전자(17%)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이번 소송을 바탕으로 선진 시장에서 이미지 제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는 연 매출의 15%에 달하는 596억 위안(약 10조7800억 원)을 R&D에 투자했으며 지난해 3898건의 특허를 출원해 2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국 퀄컴(2442건), 중국 ZTE(2155건), 한국 삼성(1683건), 일본 미쓰비시 전기(1593건)가 뒤를 이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와의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시각도 있다. 소송으로 기술의 사용을 막거나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내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화웨이는 애플에 특허 769건을, 애플은 화웨이에 특허 98건을 사용토록 서로 허용했다. 윌리엄 플러머 화웨이 부사장은 “우리는 협상을 통한 라이선스 관련 분쟁 해결을 강력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의 대응도 주목된다. 지난 2011년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스마트폰 디자인 및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동시에 맞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바 있다.
당시 소송에서 삼성전자는 통신기술을, 애플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제품 디자인을 내세워 고유성을 주장해왔다.
반면 화웨이가 제기한 소송의 쟁점은 통신기술로 모아진다. 조정에 실패하면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단순히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거대 통신장비 제조사로서 정면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화웨이는 통신장비 분야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맞소송 등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 안승호 삼성전자 지식재산권(IP)센터장(부사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에 대한 대응 방안과 관련한 질문에 “그쪽(화웨이)에서 그렇게 나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고 맞소송이든 뭐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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