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조현병(調絃病) 환자로 판명된 A라는 34세의 청년이 볼일을 보러 들어간 여자를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현병은 정신병의 일종이다. 정신병은 이처럼 환자 자신은 물론 남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망상·환상·환각에 시달려 환자가 엄청난 사고를 저지르기 쉽다. 이 중에서 망상이 가장 위험한데, 피해망상이 조현병 망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조현병에 걸린 어떤 사람은 엄마가 자기를 죽이려고 국에 독약을 탔다며 갑자기 식음을 전폐한다. 만일 이 병을 치료받지 않으면 그는 피해망상으로 엄마를 살해하기 쉽다.
한국인의 정신병 유병률은 얼마나 될까? 2001년 이충경 전 국립서울정신병원장이 남녀 624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약 25.8%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장애를 앓았다. 그리고 2001년을 기점으로 과거 1년 동안 정신장애를 경험한 비율은 19%였다. 한편, 조현병 환자는 1.1%로 나타났다. 주위의 100명당 최소 1명 이상이 조현병이란 무서운 정신병을 앓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들이 적당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우리를 공격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한국인은 정신병에 대해서 무지하고 편견이 심하다. 한국에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비율은 8.9%에 불과하다. 한국인은 정신과적 장애를 가진 사람은 유전적 소질을 갖고 있고 치료가 잘 안 된다고 오판한다. 그래서 자식이 조현병을 포함한 그 어떤 정신병 증상이 있어도 좀체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는다. 주위에서 손가락질하고 자식의 취업 길, 혼사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A와 같은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다른 정신병과는 달리 장기 조현병은 치료가 힘들다.
설상가상 지난 19일 국회를 통과한 ‘정신보건법’은 정신과 입원과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개정법에서는 환자가 타인을 해칠 위험성이 있다고 판정돼야 하고, 판정이 나더라도 외부기관, 즉 ‘입원 적합성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기절초풍할 일은 또 있다. 최대 입원 기간을 현재의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해 놨다. 이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다. 정신병자의 경우 남을 해칠 가능성이 없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조현병의 경우는 잦은 환상·환청·환각 때문에 개인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조현병은 치료 기간이 길다. 치료 기간을 한시적으로 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정신병에 관한 한 외국은 우리나라처럼 입원 규정이 까다롭지 않다. 자식이 정신병 증세를 보이면 부모가 스스럼없이 자녀를 데리고 곧장 병원으로 간다. 만일 정신병 의심환자가 입원을 거절하면 병원에 연락한다. 그러면 남자 간호사들이 앰뷸런스를 타고 출동한다.
환자의 정신과 입원은 정신건강의사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환자의 인권을 존중한다고 복잡한 ‘입원 적합성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결정하도록 조치하는 것은 환자를 위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정신병 환자의 퇴원도 마찬가지다. 퇴원의 판정은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A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입원해 올바른 치료를 받았더라면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고 A 자신도 행복한 인생을 되찾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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