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금천구 디지털로 유진로봇 개발실에서 엔지니어들이 지능형 로봇 ‘고카트’를 보면서 테스트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금천구 디지털로 유진로봇 개발실에서 엔지니어들이 지능형 로봇 ‘고카트’를 보면서 테스트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④ 지능형 로봇

어르신 위급 상황 의사에게 알리고
스스로 엘리베이터 타고 물건 옮겨
실버케어·의료·교육·제조업서
각광 2014년 세계시장 19조8000억원
韓기술, 세계1위 美의 80.6% 수준


태블릿PC로 환자의 혈액·변·소변 샘플을 검사실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입력하자 로봇이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와서 샘플을 가지고 검사실로 향한다. 가는 과정에서 복도에 있는 사람들이나 평소 그 자리에 없던 사물이 갑자기 나타나도 부딪히지 않고 알아서 피한다. 로봇은 각각 다른 장소에 정확히 각 샘플을 배달한 후 스스로 본래 자리로 돌아가 충전을 한다. 또 환자의 점심을 챙기기 위해 로봇이 식당으로 내려가 벨을 울려 식당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조리원이 만든 따끈한 밥을 카트에 싣는다.

오는 7월부터 뉴질랜드의 병원과 요양원에서 진행될 유진로봇의 지능형 로봇 ‘고카트’의 테스트 시나리오 중 일부다. 지난 20일 서울 금천구 디지털로 유진로봇 본사를 찾았을 때도 엔지니어들이 한창 수정된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한 직원이 “중간에 들를 장소를 추가하고 각 장소에서도 로봇이 처리해야 할 포인트가 늘어난다”며 추가된 업무를 설명했다. 다른 엔지니어들은 “환경과 경로 설정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게 아니고 루트를 변경하는 작업은 어렵지 않다”며 변경된 부분을 세밀하게 체크했다.

◇‘사고하는 로봇’ 패러다임 바꿀까=지능형 로봇은 과거 단순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닌, 스스로 외부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해 필요한 일을 자율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물과 사물 간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결합해 ‘자율성’은 더 극대화되고 있다. 지능형 로봇은 명령이 내려지는 순간 단층뿐 아니라 고층빌딩에서도 목적지까지 최적의 길을 스스로 찾고 장애물을 인식해 사람이나 사물과 부딪히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oT 기술로 고카트 서버와 엘리베이터 서버 등이 서로 통신해 자동으로 원하는 층에 갈 수 있다.

지난 10년간 청소로봇 기술을 발전시켜 온 유진로봇은 이동 관련 선진 기술을 고카트에 적용했다. 뉴질랜드뿐 아니라 싱가포르에서도 관심을 보여 올해 내 싱가포르 병원과 호텔 등에서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같이 앞으로 지능형 로봇이 실버사업, 의료, 교육,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수출 주요 품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 매출액은 2014년 기준 167억 달러(약 19조8000억 원)로 지난 2010년 97억 달러에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 중 서비스용 로봇이 59억 달러로 이 역시 2010년 38억 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국내의 경우 로봇 생산액은 2014년 기준 2조6200억 원대인데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7조 원으로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로봇 수출액 역시 2013년 기준 7000억 원대에서 2018년까지 2조5000억 원으로 증가시키는 게 목표다.

◇고령화 시대 실버케어·의료로봇 각광, 투자 관건=산기평은 특히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의료, 재활, 간병 로봇에 대한 집중 투자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보행이 불편한 환자의 재활치료를 돕는 ‘모닝 워크 로봇’을 지난해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계단, 경사 보행 훈련도 가능하고 추가 장비를 장착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 현대중공업은 환자 이동 보조 로봇, 종양 치료 로봇, 정형외과 수술 로봇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신현수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원장은 “의료자동화는 2018년 세계 시장 규모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신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계적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각종 전염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병원 내 감염 위험성이 높은 일을 로봇이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의료감염 대책 방안으로 포괄간호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의료진의 업무가 많아졌는데, 단순 작업은 로봇이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방식도 현장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로봇도 최근 노인케어 로봇 아이로비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아이로비는 혈압, 맥박을 체크해 이상이 있으면 의사에게 전달한다. 특히 노인이 기절하는 등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바로 의사에게 알리는 위기대응 능력도 있다. 음성을 통해 친근하게 약 먹을 시간을 알리고, 약을 먹으면 잘했다고 칭찬도 한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각종 콘텐츠도 내장돼 있다. 이 역시 양로원 등이 발달된 뉴질랜드에서 먼저 적용됐고, 현재 오클랜드대에서 뉴질랜드에 맞는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산기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로봇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국으로 평가받는 미국 대비 80.6%로 1.9년 정도 뒤처져 있다. 일본은 97.7%, 유럽은 94.6%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전 세계 로봇시장이 올해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급격히 확대되는 로봇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 등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실버케어 로봇이나 교육로봇 등은 개인 지원 로봇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안전 기준이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전망돼 한국 기업에 유리한 기준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선점이 필요하다. 현재 국제표준에 대한 개발 작업이 진행 중인데, 한국은 안내지침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관련 기관들은 해당 기준이 2년 내 확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진우 로봇산업진흥원 클러스터사업단장은 “여러 아이디어로 다양한 제품이 나와야 안전 기준 등 각종 국제기준을 놓고 각국이 더 유리한 것을 반영하려고 경쟁하는 데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R&D 등에 대한 투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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