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 논란 많은 가운데
종교계 잇달아 차별 철폐 논의

교황 “여성의 부제직 부활 검토”
총무원장 선거인단 비구니 확대
개신교서도 여성안수 포럼 열려


주요 종교에서 여성 성직자의 차별 철폐를 둘러싼 논의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가톨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성 부제직 부활 문제를 검토할 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밝히면서 남성만 전유했던 사제 서품의 전통이 변화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불교는 조계종이 총무원장 선거에서 참종권(일반선거의 참정권) 확대를 예정하면서 그동안 소외된 비구니 스님들의 입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개신교에서는 ‘여성 안수’와 관련한 신학적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여성 혐오’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센 가운데 “여성을 차별해온 종교는 ‘여성 혐오’와 무관한가”라는 반성이 맞물려 이 같은 논의들에 관심이 쏠린다.

◇가톨릭의 여성 부제 검토 =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2일 전 세계 가톨릭 여성 수도자들 모임인 세계수도회 장상연합회 50주년 총회에 참석한 여성 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 “초기 교회 여성 부제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불분명하다. 이런 의문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교회에 유용하기에 여러분이 요청한 여성 부제직 부활 문제를 검토할 위원회 설립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가톨릭에서 부제(副祭·deacon)는 주교, 사제와 더불어 가톨릭교회의 근간 성직이다. 사제를 보좌해 유아 세례, 혼배 미사, 미사 강독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나 사제처럼 성체 성사나 고백 성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서구 교회에서는 5세기까지 여성 부제들이 활동했으나 지금은 사제직 후보자가 거치는 과정이 됐다. 국내 가톨릭도 사제직을 수행하기 전 1년간 부제 과정을 거친다.

바티칸은 여성 부제직 검토가 ‘여성 사제 서품으로 가는 첫 단계’ 등의 추측이 나오는 것을 경계했지만, 실현이 되면 1500년 ‘금녀의 벽’인 가톨릭 사제에 여성 성직자가 나오게 된다. 그동안 여성 사제에 대한 신학적 연구와 요청이 적지 않았던 점으로 볼 때 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의 비구니 입지 확대 = 총무원장 선출 방안을 논의해온 조계종의 ‘100인 대중공사’는 지난 18일 총무원장 선거에서 참종권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결과문을 내놓았다. 내용상 ‘직선제’를 수용했다는 게 대중공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다음 달 조계종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가 최종 결정을 하지만, 비구니들의 선거인단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되는 건 확실해 보인다. 가장 최근 공식 자료인 2008년 조계종 종단 통계를 보면, 비구는 5413명, 비구니는 5331명으로 사실상 숫자에 차이가 많지 않다. 하지만 현행 선거제도로 2009년 치러진 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선거인단에 포함된 비구니는 중앙종회의원 10명을 포함해 총 23명으로 전체 선거인단의 7%에 불과했다.

이번 대중공사의 총무원장 선거 논의 과정에서도 직선제로 갈 경우 비구니들이 총무원장 당선을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종단 고위층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 방안 확정을 계기로 불교에서 여성 성직자의 위상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신교 여성 안수, 신학적으로 묻다 = 지난해 말 총신대가 공개 석상에서 여성 목사 안수가 이뤄지게 해달라고 기도한 신학자를 강의에서 배제해 논란이 일었다. 총신대는 이전에 한 목사가 학부 채플에서 “여성 목사 안수는 턱도 없다. 어디 여자가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와”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오는 6월 2일 오후 7시 한국교회백주년기념회관에서 ‘여성 안수, 신학적 확신에 도전하다 - 여성 리더십에 대한 신학적 모색’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개혁연대는 “최근 총신대 여성 강사 배제 사태는 오랫동안 신학적 논쟁이 됐던 여성 안수 문제에서 촉발됐다”며 “예장합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교단은 신학적 이유로 여성 안수를 거부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 교회 안의 가부장적 질서를 강조하는 성서 해석에 도전하며, 여성 리더십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을 새롭게 조명해 볼 것”이라 밝혔다. 행사에서는 ‘사사 드보라가 바울을 만난다면 - 여성 지도력에 대한 구약성서적 고찰’(박유미 전 총신대 구약학 교수) 등의 발표가 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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