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28일 시행 예정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안의 식사,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의 적절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내수 위축이 걱정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에서 시작된 후 사회 전반에 갑론을박이 끊임없다. 지난 25일 김영란법의 ‘컨트롤타워’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서도 “농수축산업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대(對) “부패척결을 위해 필요하다. 시행 후 보완해도 된다”는 날카로운 공방이 벌어졌다.
최근 만난 대기업의 모 임원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그는 “글쎄, 취지는 공감하지만…. 당장 내수가 위축될 것이고 ‘음성적인 관계’가 더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 임원은 “부패는 당연히 사라져야 하지만 뿌리를 뽑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쉽겠나. 부패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할 정도 아니냐”고 되물었다.
시중에는 김영란법이 음주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란 농담까지 돌고 있다. “‘소맥(소주+맥주를 섞어 마심)’이 사라질 것이다. 조금만 먹어도 3만 원이 넘을 것이므로”라는 등 법 시행 전에 이처럼 희화화된 사례 역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청렴도는 아직 국제적 수준에 미달한다. 또 “부패방지법, 공직자윤리법 등 법이 없었나. 오죽했으면 김영란법이 나왔겠느냐”는 자조에서 알 수 있듯 부패의 고리나 수단 제거를 통한 투명성 확대라는 대의명분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터이다.
하지만 당장 죄도 없는 농축산 업계에 날벼락 같은 피해를 감내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내수 위축을 피할 수 있는 ‘스무딩 오퍼레이션’과 함께 법 시행으로 인한 실효성과 취지를 담보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충분한 보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부패란 흔히 뇌물, 이권을 제공해 얻는 이익이 처벌보다 더 클 때 한층 과감해지는 속성이 있다. 부패방지를 외쳐도 행정적 권한이 미치는 영향력이 큰 권력·사정기관일수록 근절하기가 힘든 이유다. 거꾸로 이 같은 갑의 속성을 활용해 먼저 뇌물을 유도하기도 한다. 여기에 경제구조의 고도화, 공공부문과 경제권력의 확대 등으로 부패마저 교묘화·지능화되고 있는 점, 부의 유지 및 확대·재생산과 기득권 유지에 매몰되고 있는 병폐 현상을 떠올리면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같은 ‘단순 가이드라인’으로 곧바로 청렴 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까.
‘부패전쟁’을 쓴 부경복 변호사는 “직접 전달이 아닌 뇌물로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 100가지가 넘을 정도”라고 했다. 간간이 드러나지만 고위공직자, 권력층 자녀가 연루된 취업알선·청탁 사건은 ‘신종’ 사례다. ‘위헌’ 여부도 도마에 올랐지만, 김영란법을 앞서 국회에서 92.3%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켜 놓고도 이후 의원들 스스로 위헌 문제를 제기했다. 자신들도 헷갈렸다는 방증이다. ‘교각살우(矯角殺牛)’를 했다거나 정당성, 신뢰성을 잃은 ‘청렴 선언문’으로 전락하는 것보다 정교히 다듬어 실효성을 끌어 올리는 게 백번 낫지 않을까. 문제점은 이미 제기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