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내 정치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정상은 아니다. 평생 외교관으로서 ‘여의도 정치’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았고, 아직 임기가 7개월 남았음에도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군(群)의 한 사람으로 떠오른 것은 그만큼 국내 정치의 취약성을 반증한다. 그러나 좋든 싫든 이런 현상은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 총장의 보다 적극적인 국내 정치 언급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반 총장은 25일 제주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결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72세인 나이와 관련해서도 미국 70대 대선 주자들과 비교,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당연한 얘기지만, 그간 반 총장이 해온 국내 정치 관련 발언들에 비하면 그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이번 발언을 놓고 세계 최대 국제기구 수장으로서 이런 언급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에서부터 세계 정치와 차원이 다른 국내 정치에서는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반 총장에 대해서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포함해 여러 차원의 평가가 차분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당장 걱정되는 것은 국내 정치권의 과도한 반응이다. 지난 총선 참패로 대권 주자들이 큰 상처를 입은 새누리당은 무슨 메시아라도 만난 듯 호들갑이다. 친박과 충청권 의원들이 열심이다. 처절한 반성과 혁신을 해야 할 때이지만 이를 내팽개치고 반 총장으로 분칠을 해 보겠다는 속셈이다. 반대로 야당은 “친박 대통령 후보” “북풍한설을 견딜 수 있겠느냐”며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정부 당시 외교부 장관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이 됐음을 상기시키며 ‘우리 사람’이라고 했던 데서 돌변했다.

정치권의 반기문 대망론(大望論)도, 흠집내기도 성급하고 부적절하다. 반 총장 말대로 임기를 잘 마무리한 뒤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면 될 일이다. 정치권은 이런 호들갑이 ‘못난 정치’의 산물임을 자각하고, 자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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