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채권단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끝낼 결심이다. 부족 자금이 1조 원을 넘나드는데, 힘들게 지원해 봐야 상환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결론이다.
채권단 사이의 조정은 간단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채권액 비율이 80%로서 가결 조건인 75%를 넘어선다. 금융 당국의 결심만 남았다. 문제는, 성동·SPP·대선조선 등 다른 중소 조선사 사정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점이다. STX조선의 법정관리가 알려지면 다른 중소 조선사의 선박 수주는 더욱 어렵다. 자율협약 이후 지원된 7조4000억 원을 몽땅 날릴 공산이 크다.
STX조선은 강덕수 전 회장이 2001년 대동조선을 인수해 회사명을 바꾼 것이다. 당시에는 건조 대금 일부를 먼저 받는 수주계약이 일반적이었다. 미리 받은 대금으로 시설을 확장하고 중국과 유럽에도 진출했다. 선박 수주가 계속 이어지면 선수금이 계속 순환돼 문제 될 일이 없다. 그러나 불황을 맞아 수주가 급격히 줄었고 대금 지급 방식도 후불로 바뀜에 따라 자금 경색이 심각해졌다. 수주를 계속해야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건조원가에 미달하는 계약도 횡행했다.
한국 조선업의 위기는 중국의 급격한 팽창 때문이다. 동부 연안의 성(省)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쟁적으로 조선업에 뛰어들었다. 2008년 20%이던 세계 선박건조능력 점유율이 2013년엔 40%로 급등했다. 국제경제 동반 침체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에 한국 조선사는 속수무책이었다.
금융권 책임도 크다. 금융 당국은 ‘비 올 때 우산 뺏기’라면서 금융회사의 자금 회수에 견제구를 날렸다. 민간은행은 대출을 줄였으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오히려 늘렸다. 수출입은행은 선수금환급보증(RG)을 남발하다가 보증채무가 부실채권으로 전환되는 현실에 직면했다.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많이 물린 건 확연한 관치 흔적이다.
불황 업종에 대해서는 자금 공급을 줄이고, 전망이 좋은 업종에 대해서는 늘릴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정책금융에 끌려다니는 악습(惡習)도 타파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효율적 자금 배분 기능이 살아나야 금융위기 재발을 막을 수 있다.
STX조선 법정관리 이후가 더 문제다. 조선 경기가 되살아나기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외자본에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하책이다. 해외자본은 영업을 계속하는 시늉만 하고 조선 경기 회복을 기다렸다가 고가(高價)에 되팔 요량일 것이다. 조선사의 우수한 용접·도장·배선 기술자를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선박 수리와 기계설비 제작 등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생산시설을 한시적으로 임대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기존 계약의 사후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법원 및 관리인과 긴밀히 협조해 진행 중인 건조 공사는 제대로 마무리하고, 건조 개시 이전의 계약은 다른 조선사에 위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약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도 위약금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책임이 불분명한 자율협약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은 더 큰 문제다. STX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해 처리해야 한다. 조선업계의 모든 위험군에 대해 임시방편 자율협약보다는 정교한 진단에 의한 단호한 구조조정을 신속히 결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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