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최근 행보를 놓고 ‘샤워실의 바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샤워실에서 온수 조절 레버를 양쪽으로 지나치게 돌려 물 온도를 맞추지 못하는 사람처럼 친박(친박근혜)계를 지나치게 배려했다 비판을 받으면 다시 비박(비박근혜)계로 편중됐다 친박의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특히 정 원내대표가 현재로서는 당을 이끌 유일한 합법적 대표라는 점에서 당 안팎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애초 친박계의 지지를 얻어 원내대표로 당선된 그는 원내부대표 인선에서 친박계를 대거 배려했다. 친박계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그는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인선을 비박계 위주로 했다. 비박계 강성인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인선했고, 비대위원도 비박계 일색으로 채운 것이다. 친박계에 데여 비박계로 향한 모양새다. 결국 해당 인선안은 당 상임전국위원회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무산됐다. 당시 친박계의 조직적 방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원내대표는 다시 잘못된 선택을 했다. 스스로 당내 계파가 없다고 선언해놓고 친박계와 비박계 수장으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와 김무성 전 대표를 비공식적으로 만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등에 당 수습 방안을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계파 사이에 끼여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서 내린 고육지책이었지만 자신의 존재 의미와 입지를 부인해버린 꼴이 됐다.
실제로 최 의원과 김 전 대표가 “합의는 아니었다”고 부인해 그는 궁지에 몰렸고, 그러자 “법적 구속력을 갖는 합의란 것은 있을 수 없고 셋이서 동감한 건 사실”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 같은 정 원내대표 행보에 대해 한 3선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의욕이 앞서서 먼저 결정을 하는데 당내 계파 간 조율이라는 프로세스를 간과하는 것 같다”며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은 작은 당이었지만 새누리당은 큰 당이니 당내 상황이 더욱 복잡한데 그걸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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