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발전법 등 불발
규제개혁 체감도 확 낮춰


서울에 위치한 한 기업에선 매년 초만 되면 직장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입소시키기 위한 전쟁이 되풀이된다. 아이들을 맡기려는 ‘직장맘’은 많지만 현 직장 어린이집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기업들만 탓할 것도 아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50명 이상을 수용하기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의 옥외놀이터·야외 취수시설 등을 갖추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제를 피하려 50명 미만으로 정원을 정한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요건 완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일종의 절충안이고 현실적 대안인 셈이다. 이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에 올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 제거되지 않은 ‘손톱 밑 가시’는 여전히 직장맘 마음을 콕콕 찌르고 있는 것이다.

학원들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하고 시설을 늘리고 싶지만 현행 제도는 학원 교습비 제한이라는 규제를 통해 이를 막고 있다. 물론 사교육비 인상 문제가 걸려 있긴 하지만 일률적인 규제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법안이 통과됐을 경우 교육 분야를 포함, 국내 전반에 걸쳐 2030년까지 최대 69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경실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 겸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해가며 법안 통과를 호소했지만, 여야는 19대 국회에서 의료 분야를 서비스업에 포함시키는 문제로 첨예하게 대치하다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재계에서 19대 국회를 놓고 ‘규제 만능주의’가 팽배했던 시기로 평가하는 이유다.

실제 19대 국회에선 경제단체 건의 법안(규제 기요틴), 중소기업·소상공인 건의 법안(손톱 밑 가시) 등 규제개혁을 위해 필수적인 법 개정이 상당 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이 여파는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로 나타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국내 182개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기업 중 30.2%가 2013년부터 추진됐던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이 ‘도움이 안 됐다’고 응답했다. 이는 ‘도움이 됐다’(15.9%)는 응답의 2배 가까이 된다. 설령 통과됐다고 해도 법안 처리가 늦어지거나 법안이 회기 중 계속 수정되며 원래 뜻이 퇴색된 경우가 많았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관련기사

박준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