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피해자’ 추모 현장 예고없이 찾은 검찰총장

김수남 검찰총장은 25일 오후 예고 없이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을 찾았다. 이곳은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메모지들이 보관된 곳이다.

김 총장은 애초 지난 주말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메모지가 붙어 있던 강남역 10번 출구를 찾거나, 이곳에 있는 메모지 일부가 전시돼 있는 서울시청 시민청을 찾을 생각도 했지만, 추모하러 온 시민들에게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상대적으로 시민들이 덜 찾는 여성가족재단으로 방문지를 바꿨다.

김 총장은 이곳에서 시민들이 남긴 메모지를 하나하나 읽어봤다. 다른 일정 없이 조용히 메모지만 40분가량 읽었다. 김 총장은 수많은 메모지 속에서 ‘이 여성이 아닌,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고 적힌 여성들이 남긴 메모지를 한참 바라봤다.

메모지를 응시하던 그는 이날 동행한 박재억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을 가까이 불렀다. 김 총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참, 가슴 아픈 사건이다”라고 말한 뒤,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막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김 총장과 동행한 김윤선 대검찰청 검사도 “검사인 나도, 술집 화장실을 갔다가 여자란 이유로 무방비 상태에서 범죄를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추모 공간 방문 뒤 적잖은 충격을 받은 김 총장은 26일 오전 간부회를 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를 엄단할 것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사건 동기와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며 “이런 유형의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타 부처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라”라고 주문했다.

한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4) 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김 씨는 검찰로 향하면서 “범행을 후회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도 인간이니까 나름대로 그런 부분(후회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여성혐오 논란’에 대해서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저 말고도 여러 부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기은·김리안 기자 son@munhwa.com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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