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아’서 1인5역 … ‘초기 창극’ 부활 나선 안숙선 명창

“요즘 창극은 큰 공간에서 하다 보니 소리에 집중할 수 없어요. 특히 판소리에 담긴 희로애락이 제대로 전달 안 되죠. 그래서 ‘작은 창극’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안숙선(67·사진) 명창이 국립국악원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작은 창극 되살리기’ 노력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무대에 오르는 ‘심청아’는 국립국악원 ‘작은 창극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열린 2차례 공연에 이어 이번 공연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100여 년 전 원각사 개관 무렵부터 선보인 것으로 알려진 초기 창극은 ‘작은 창극’이었다. 소리꾼 몇 사람이 무대를 이끌며 북과 단소 가야금 등 간단한 악기로 흥을 돋웠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 창극은 화려한 무대장치와 수십여 명의 배역 그리고 오케스트라까지 공연하며 마치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방불케 한다.

공연을 앞두고 25일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풍류사랑방에서 만난 안 명창은 “우리 소리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고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담아 소리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슬플 때 나오는 ‘꺽’ 하고 숨이 넘어가는 소리까지 중요하게 여긴다”며 “요즘 창극처럼 큰 공연 무대의 마이크 장치를 통해선 그처럼 ‘꺽’ 하며 애절하게 토해져 나오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 안 된다”고 ‘작은 창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작은 창극’이니 안 명창 외에 다섯 명의 소리꾼만 무대에 오른다. 악기도 기본적인 북 외에 생황, 단소, 가야금, 장구 등만 등장한다. 공연장인 풍류사랑방 역시 130여 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특별한 음향장치 없이 소리꾼들의 육성이 관객에게 가감 없이 전달된다.

“일본에 가부키(歌舞伎), 중국에 경극이 있어요. 우리에게는 판소리가 있죠. 소리가 우리 것이라는 사실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소리’를 중심으로 꾸며진 작은 창극이 더 유리합니다. 적은 인원에 공연 예산도 적어 전 세계 어디나 찾아가서 우리 소리를 알리기도 쉽고요.”

출연자가 몇 명 안 돼 안 명창은 1인 5역을 소화한다. 심청의 어머니인 곽 씨 부인과 옥진 부인(천상에서 환생한 곽 씨 부인의 다른 이름), 뺑덕어멈, 주막집 주모 그리고 극을 이끄는 해설자인 도창 역할까지 맡는다. 그동안 심청이나 성춘향 등 점잖은 역할만 맡아 온 그에게는 파격적인 배역들이다.

뺑덕어멈의 그악한 몸동작이나 주모의 요염한 연기에선 안 명창의 ‘연기 내공’을 실감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지기학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은 “안 명창은 배역의 한계를 넘어선 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명창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진행하는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에 첼리스트 정명화 씨와 함께 참여, 오는 8월 19일 강원 평창군 계촌리에서 열리는 ‘2016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 개막공연의 협연 무대에 오른다.

글=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사진=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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