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인근 나라키움 빌딩 내 국가인권위원회 도서관에서 인권실태와 관련한 외국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인근 나라키움 빌딩 내 국가인권위원회 도서관에서 인권실태와 관련한 외국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이성호 인권위원장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23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고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해당 기업(옥시레킷벤키저)과 정부는 책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피해구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생명과 건강은 인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가치라는 점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고는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을 인용해 “국가는 적절한 기업활동 정책을 통해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할 인권존중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늘리고 생활화학 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 평가 등 관리체계를 점검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제품이 유통되지 않게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사망자 239명을 포함해 1528명에 이르는 등 심각한 상황임에도 옥시를 포함한 관련 제조·판매사는 사과를 해도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고, 환경부·보건복지부 등 정부당국은 책임회피에 급급한 상황에서 장관급 정부관계자로서 이례적으로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 위원장은 ‘가습기 성명’이 나오기 전인 20일 국가인권위원장실에서 만났을 때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세월호 사고 등을 언급하며 ‘인권 경영’을 적극적으로 거론했다.

―평소 ‘인권 경영’을 언급하시는데, 인권위가 다룰 주제로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있지 않을까요.

“경제성장은 모든 나라의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국가전략의 핵심입니다. 경제성장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복지 같은 다른 가치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대한 현대 국가들의 일방적인 관심은 경제성장을 목적 자체로 간주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경시하거나 이를 잠시 유보하여야 한다는 잘못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잘못된 인식이 상당히 강하게 남아있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인권증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업이익 극대화에만 우선순위를 두고 소비자의 건강권이나 생명권을 외면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안전을 위해 들이는 비용과 시간을 아까워하는 안전불감증으로 초래된 세월호 참사 등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인권존중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은, 사회적 신뢰자본을 형성하고, 경제적 양극화를 시정하며, 취약계층의 삶을 개선해 줌으로써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에 오히려 기여합니다. 경제성장과 인권의 관계는 부조화나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조화와 통합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정부나 경제주체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이제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경시와 계층갈등을 극복하고 인권존중과 사회통합을 추구하여 성숙한 민주 선진사회를 하루빨리 이룩해야 합니다.”

의외였다. 1985년 의정부지원 판사로 임용돼 2012년 서울남부지법원장을 거쳐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내던 2015년 8월 인권위원장에 취임하는 등 30년을 법관으로만 봉직한 경력을 감안하면 다소 보수적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 더 공격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인권 경영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기업인들의 입장에서 인권경영은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간섭하거나 방해하는 새로운 규제라는 오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옥시 문제나 갑질 논란 등에서 보듯이 기업은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건강권이나 생명권, 근로자의 인격권 등 기업활동 과정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유엔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그리고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 각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기업의 전통적인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2011년에 인권경영에 대한 이행지침을 채택하였고, 2014년에는 이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National Action Plan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으로 구체화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기업과 인권 NAP를 도입한 나라들이 많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도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인권경영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이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기업이나 경제 관련 부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인권위는 2014년에 인권경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공기업에 이행하도록 권고했으며, 올해에는 기업과 인권에 대한 NAP를 만들도록 정부에 권고할 예정입니다.”

―인권위에서 만든 ‘인권경영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무엇입니까.

“기업들이 인권경영을 실천할 때 고려해야 할 일반원칙과 운영원칙을 제시하고 관련 사례를 담고 있으며, 기업 활동에서 기업 스스로 인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자가 진단 항목을 제공합니다. 구체적으로, 기업 활동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기업이 보호·존중해야 한다는 일반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10가지 기업 활동 운영원칙으로 인권경영 체제 구축, 고용상의 비차별, 결사 및 단체교섭의 자유 보장, 강제노동의 금지, 아동노동의 금지, 산업안전 보장,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 현지주민의 인권 보호, 환경권 보장, 소비자인권 보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청산유수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고위법관을 지낸 약력에서 드러나듯 기억력이 비상했고 정리능력이 탁월했다. 그래서 일부러 법관경력을 걸고 넘어져봤다.

―오랜 법관 경력이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까. 인권과 관련돼 기억에 남는 판결이 있나요.

“세계인권선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인권보호도 결국은 법의 지배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30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보호와 관련된 여러 재판을 경험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5·18민주화운동 직후인 1981년 신군부에 비판적이었던 무고한 시민들을 ‘아람회’라는 가상의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 몰아 중형을 선고했던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피고인 전원에게 2009년 무죄를 선고하면서, 잘못된 과거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관련자들을 위로함으로써 사법부 과거사 청산의 모범 사례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용산참사 형사사건 재판부의 수사기록 열람 허용을 이유로 한 검찰의 재판부 기피신청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피고인의 신속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권을 위해서는 수사기록 공개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기피신청을 기각하였고, 국내 최초로 남성 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명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판결들이 당시 인권 측면에서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판결하는 판사들은 아무래도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법관으로서 근무하며 나름대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국가인권위원장으로 9개월간 근무하면서 국제적인 무대로 시야를 넓혀 여러 가지 인권 문제를 다루다 보니, 사법부 내에서 가졌던 저의 시각이 조금 좁았던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인권 현안 중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크게 비판받는 부분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 등 세 가지인데, 이러한 문제에 있어 다수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이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여론에서 벗어나 인권적 관점에서 소수자를 보호할 사명이 있는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부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전향적으로 판단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포함한 법조계 인사들의 한계에 대한 고해성사이자 후배 법관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격려로 들렸다.

―우리나라 인권 수준을 평가해 주신다면요.

“우리나라의 경제순위가 세계 10위권인 데 비해 인권수준은 아직 그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아쉽지만, 머지않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은 시대의 산물이고 역사적 소산이기 때문에 경제발전을 토대로 민주화가 진전되고 국민의 인권의식이 향상됨에 따라 인권 수준도 점진적으로 증진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가 여성차별철폐협약이나 아동권리협약, 장애인권리협약 등 여러 국제인권협약에 가입하고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도 제정하는 등 관련 국내법도 정비하여 이제 법률이나 제도 측면에서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봅니다. 다만, 어느 사회의 인권 수준은 구성원의 인권에 대한 인식과 비례합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개인의 존엄성이 강조되는 지금,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인권수준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부터 인권친화적인 정책과 법률의 운용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해결되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의 위상은 어떻습니까.

“우리 인권위는 약 110여 나라의 국가인권기구 간 협의체인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의 회원기구입니다. 참고로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International Coordinating Committee)’가 지난 3월 연례총회에서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Global Alliance of 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s)’으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여기서 우리 인권위는 부의장기구, 집행이사회 위원,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아태지역 공동대표 등의 역할을 맡았던 바 있고, 올 3월에는 최초로 고령화 실무그룹 의장국으로 선출돼 현재 의장직을 수행하는 등 국제인권사회에서 중추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좀 아플 수 있는 질문을 꺼냈다.

―국가인권기구 간 협의체에서 지속적으로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등급을 매기는데 우리나라는 계속 A등급을 유지하다가 최근에 등급 판정이 보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5년에 한 번씩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파리원칙’에 부합하는 기구인지를 심사받는데, 그 심사에서 A등급을 받아야 독립된 인권기구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아 국제회의에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2014년 3월 심사 때부터 ‘인권위원 구성의 다양성 및 선출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마련’과 ‘위원회 구성원의 기능적 면책 조항 신설’ 등을 위한 인권위법 개정을 권고받으면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세 차례 연거푸 등급판정을 보류당했고, 제가 작년 8월 취임할 당시 2016년 5월 중에 네 번째 심사를 앞둔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관련 부처 협의와 국무회의 참석 등을 통해 정부 발의로 인권위법 개정안을 2015년 10월 정기국회에 제출하였고, 12월 28일에는 하루에 세 번이나 국회를 방문하여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등을 면담, 협조를 구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1월 8일 본회의 통과를 거쳐 2월 3일 개정법이 공포되었습니다. 그밖에 등급심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하던 시민단체와의 협력관계라든가 위원회 업무의 독립성과 공정성도 강화하는 한편, 국제적인 협력관계에도 힘을 쏟았기 때문에, 곧 발표될 등급심사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한 지 정확히 4일 뒤인 24일 저녁 국가인권위는 GANHRI 승인 소위원회로부터 국가인권기구 등급 심사 결과 A 등급을 통보받았다. 인권위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인권위법 개정, 인권위원 선출 절차에 관한 인권위 내부 규정 신설 등이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터뷰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던져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인권이 퇴보 내지 답보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분야별로 아동인권이나 이주민, 난민 인권 분야와 같이 발전된 부분도 있고, 언론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와 같이 일부 퇴보 내지 답보했다는 평가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에서 모든 정보가 자유롭게 전파되고 비판적 목소리도 얼마든지 공유되는 상황에서, 독립적인 사법부의 통제와 국가인권위의 역할도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언론인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기소나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 등의 문제로 국제적인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 점은 있었지만 결국 모두 바로 잡혔고, 따라서 저는 크게 염려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리고 저성장과 불황의 시기를 겪고 있는 전 세계의 상황을 보면 인권의 퇴보에 대한 우려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권의식이 높은 유럽에서 시리아 난민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고 극우 성향의 정당들이 지지를 받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자신의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에는 예민해진 데 반해, 타인의 인권에는 무관심하고 특히 일부에서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 경향까지 확산하는 등 우려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인권위가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와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주민 등에 대한 인권보호에 아직 둔감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권위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에 둔감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인권위가 이분들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와 관련해서는 국가인권위법 제2조 3항을 통해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을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해 조사와 구제를 하도록 하였으며, 실제 일부 구청의 성소수자 관련 현수막 철거에 대해 시정과 재발방지를 권고하는 등 관련 진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장애차별금지법과 연령차별금지법이 있습니다만, 하루속히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성적 지향을 포함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이 철폐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2005년 국회와 국방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한 바 있으나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논의가 중단된 바 있습니다. 이주민 문제와 관련해서도 인권위 차원에서 정책권고와 조사·구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긴 했습니다만, 국제기준에서 볼 때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만큼 개선이 필요합니다. 인권위 차원에서는 지속적으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이와 관련한 교육과 홍보 활동도 진행하겠습니다만, 타인의 인권을 중요시하는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위가 동성애를 옹호, 조장한다는 일부 비판도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성적 소수자라고 하면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 퀴어(Queer)를 포함해 LGBTQ라고 하는데, 이들에 대하여 부당한 차별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살인행위가 범죄라고 하여 살인자에게 인권이 없다고 할 수 없듯이 행위와 행위자는 구별해야 하며, 인권위가 동성애를 옹호, 조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국가인권위법은 성적 소수자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행위, 그중에서도 고용·재화와 용역·교육 등 세 가지 영역에 속하는 행위에 한하여 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며, 차별 금지 영역을 좀 더 넓혀 추진하던 국회의 차별금지법안도 교회에서 설교의 자유조차 제한한다든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형태로까지 추진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고, 적어도 성적 소수자를 포함한 이주민, 난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이나 적대행위만은 없어져야 하겠습니다.”

이왕 내친김에 조금 더 들어가 봤다.

―인권위가 친좌파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권위의 전향적인 결정들이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지나치게 진보적으로 보인 점 등이 작용하여 아직도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인권위를 좌파단체처럼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을 좌파단체라고 할 수 없듯이 인권위도 좌파단체가 아닙니다. 사형제 폐지, 국가보안법 남용금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허용 같은 문제는 유엔은 물론 유럽 여러 나라나 미국, 캐나다 등 인권선진국들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서, 국제인권협약의 정신에 따르면 이를 향해 나아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권은 다수결의 원리나 여론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므로, 인권위가 국내 다수 여론과 달리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그 본연의 역할에 따른 당연한 활동이지, 좌파단체여서가 아닙니다. 인권위는 인권위법에 규정한 대로 좌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독립성과 공정성을 우선가치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물론 모든 민주국가에서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아야 할 ‘인권’이라는 단어조차 좌파적 용어로 보아 거부감을 보이는 일부의 시각이 안타깝습니다.”

인터뷰 = 김세동 차장 (사회부) sdg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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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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