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6일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19명이 지난해 1월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했다며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사건에 대해 각하(却下) 결정을 선고했다. 쟁점 가운데 2012년 5월 개정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의 가결 선포는 청구 대상이 아닌 자를 대상으로 했다든지 법정 기간을 지나쳤다는 이유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거부는 청구인 권한이 직접 침해당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재판관 5(각하) 대 2(기각) 대 2(인용) 의견으로 각각 각하했다.

각하는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를 문제 삼은 결정으로, 법조항의 실질에 대해 직접적 합헌 혹은 위헌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 법정 의견은 “헌법실현에 관한 1차적 형성권을 갖고 있는 정치적·민주적 기관인 국회와의 관계에서 헌법재판소가 가지는 기능적 한계”를 들어 “의사절차에 관한 국회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의 형식 요건 판단에 16개월이나 걸린 사실은 사법 자제주의 맥락을 넘어 정치권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돌 만하다.

현실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헌재가 선진화법의 악법(惡法) 요소에 대한 판단에까지 나아가지 않아 국회가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실상을 방치함으로써 제20대(代) 국회 역시 여간 걱정스럽지 않게 됐다는 사실이다. 선진화법은 제18대 ‘동물국회’가 자성(自省)의 명분을 빌려 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재적의원 5분의 3이 찬성해야 법안을 신속 처리할 수 있도록 고쳐 제19대로 넘겼지만 그 현실적 결과는 여당도 야당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식물국회’였을 따름이다.

헌재 결정으로 선진화법 시정(是正)은 더 어려워졌고, 여소야대(與小野大)까지 겹치면서 제20대 국회는 제19대보다 더한 기능부전이 우려된다. 국회가 헌법 제49조의 과반 다수결 원칙을 존중해 시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달라진 정치 지형으로 인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나설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두 정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의 책임’을 중시한다면 역설적으로 시정의 계기가 열릴 수도 있다. 특히, 여당의 결자해지 책임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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