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가수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이다. 시골에서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정착생활을 하다가 1970년대 도시로 돈 벌러 오면서부터 떠돌이 신세가 되다 보니 ‘아버지는 하숙생, 어머니는 하숙집 아주머니’라는 자조적인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런 떠돌이 나그네가 되어 정신없이 살았는데 늙은 아버지, 어머니들은 지금도 걷는다. 축복이라고 믿고 싶은 백세시대에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앓고 죽기)를 되뇌며 자식에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걷는다. 인생도 나그넷길인데 건강도 걷는 것이 제일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인간은 과거에 비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엄청나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접어들면서 시간은 점점 빠르게 달리고 공간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인간은 벅찰 정도로 발걸음이 빨라져야만 세상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이 더 힘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것을 나들이라고 한다. 나고 드는 것이다. 이를 한자로는 출입(出入)이라 한다. 신분사회에서 바깥양반은 나들이, 곧 출입을 할 수 있었지만 안양반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들이를 할 수 없었다. 고어에서는 ‘나가내’라고도 했다. ‘나가다’의 ‘나가’에 사람을 뜻하는 ‘내(네)’를 붙인 것이다. 곧 ‘나가는 사람’이 나그네인 것이다. 그럼 들어오는 사람은 뭐라고 할까? 바로 손님이다. 나그네는 여행객이다.

여행은 원래 여러 사람이 같이 다니는 것이다. 요즘 말로 단체여행이다. 또 관광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다른 지방의 빛나는 것을 보는 것 또는 그 지방의 문물제도를 보는 것인데, 전의되어 다른 지방의 산수·풍속 등을 유람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지도자들이 다른 곳의 빛나는 문물을 보러 갔기에 관광은 국가의 공무적인 성격이 강했다.

조선시대는 서울로 과거 보러 가면 각 지방의 문물과 서울의 빛나는 문물을 볼 수 있으므로 과거시험 보는 것도 관광이라 했다. 나들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공무나 사무나 특별한 목적이 있었고 요즘과 같이 놀러 다니는 것은 매우 드물었다고 여겨진다. 요즘 서울 시내 곳곳에서 중국여행객 유커(游客)를 만날 수 있다. 중국어로는 여행을 여유(旅游)라고 하는데 이는 함께 놀러 다닌다는 것이고, 유커는 놀러 다니는 손님이란 뜻이다. 이들은 산수를 즐기든, 한류 문화를 즐기든, 쇼핑을 즐기든 즐거운 나들이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총선 후 낙선한 일부 거물 정치인이 국내에 머무를 수 없어 외국으로 관광 아닌 관광을 하며 나그넷길을 걷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끝>

담산언어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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