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업체가 이 지경까지 온 데는 무책임한 정부·정치권, 무사안일한 채권단, 무능한 경영진 탓이 크다. 그러나 이들만큼 책임이 무거운 게 회계법인이다. ‘감시견’이어야 할 회계법인이 부실기업 문제만 터지면 부실·불법 회계 감사 비판의 한복판에 서는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부실 감사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감사 결과가 단적인 예다. 안진은 5년 전부터 이 기업에 대해 줄곧 ‘적정’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3월 “지난해 영업손실 중 약 2조 원을 2013년, 2014년 재무제표에 나눠 반영했어야 했다”며 기업 측에 정정 요구를 했다. 존속 여부도 ‘불투명’으로 수정했다. 삼일과 한영도 지난 3월과 4월 각각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해 ‘존속 가능’ 판단을 내렸지만 모두 빈사 직전이다.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가 이처럼 엉터리니 중소 업계 사정은 불문가지다. 한국의 회계 제도는 선진국 수준이다. 그럼에도 ‘분식 스캔들’이 빈발하는 건 운영 주체인 회계사의 직업 윤리와 도덕성 부재(不在) 때문이다. 삼일의 안경태 회장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에 관한 정보를 흘려 ‘먹튀’를 방조했다는 의혹도 그런 산물이다.

부실 회계 감사는 사람의 문제인 만큼 이를 뿌리 뽑기 위해선 ‘부실 회계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마땅하다. 법인 대표도 공동 문책해야 한다. 국가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안기는 중대(重大) 부실 감사에 대해선 금융 감독 당국, 감사원은 물론 검찰까지 총동원해 관련자들을 엄벌(嚴罰)할 필요가 있다. 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업계 추방을 불사하는 식의 고강도 제재를 병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대우조선해양이 양산돼 국가 경제를 계속 좀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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