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공조요청하는데 中 무역보복 두려워…

美 “中반도체 보조금 막자”
최대시장 中…호응 어려워


미국이 한국 정부와 국내 반도체 업계 인사를 만나 중국이 반도체 펀드 등을 통해 자국 기업에 지원하는 보조금에 제동을 걸기 위한 공조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가 ‘샌드위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거센 추격을 견제해야 할 한국 정부와 업계로서는 미국 제안에는 내심 공감했지만, 중국이 최대 반도체 시장인 데다 중국의 보복 우려 때문에 쉽게 호응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문화일보 5월 25일자 3면 참조)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한한 마커스 자도트 미 상무부 차관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 임원을 만나 중국의 반도체 보조금에 공동 대응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반도체협회(SIA)는 지난 26일 한국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협의회(WSC)를 통해 이 같은 ‘여론 조성’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WSC는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독일, 중국 등 반도체를 생산하는 6개국 주요 업체로 이뤄진 협의체다. SIA는 지난해 5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이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도 WSC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정부의 정부 지원이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로 참여한 아지트 마노차 글로벌 파운드리 전 CEO도 연설을 통해 “자유 개방 국제 무역은 글로벌 성장과 개발에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며 관세 철폐 약속은 WSC의 회원사가 되는 자격”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미·중 무역 싸움에 끼어들어서 피해만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미국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문제 제기라도 할 수 있는 반도체 업종과는 달리 디스플레이업종은 말도 꺼내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철강업계도 인식은 비슷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수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의 반덤핑 제소 움직임에 공감은 하고 있지만 중국의 보복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실제 행동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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