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국제정치학

북한의 4차 핵심험 이후 유엔과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레짐’이 구축되고 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국 순방은 ‘제재 레짐’을 더 강화하기 위한 국제 공조 외교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대표적 친북 국가 우간다가 북한과 안보·군사·경찰 분야에서 협력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따르기로 했다는 결정을 이끌어낸 것은 이번 순방 외교의 성과라고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유엔 제재 결의안 제2270호가 통과되기 전까지 유엔은 모두 5개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북한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계속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에 구축되고 있는 ‘제재 레짐’은 그 범위와 강도 면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하다. 이번 레짐의 특징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거의 모든 유엔 회원국이 유엔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유엔 승인 없는 북한과의 금융 거래를 중지시켰다.

이번 레짐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다자적 형태’의 유엔 제재와는 별도로 많은 국가가 ‘독자적 형태’의 강력한 제재를 북한에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안보리 결의안 제2270호 통과 직후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같은 제3국의 기업과 은행을 제재하는 강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독자적 제재 조치로 발표했다. 미국에 뒤이어 유럽연합(EU) 28개국과 스위스도 북한에 대해 강력한 독자 제재 조치를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유학한 스위스는 북한 정권이 가지고 있는 자국 내 모든 은행 계좌 동결이라는 강력한 금융 제재를 가했다. 이번 스위스의 제재에는 북한 유학생들이 물리학·컴퓨터·기계공학과 같은 핵 개발 관련 수업을 못 듣게 하는 ‘교육 제재’도 포함돼 있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이러한 강력한 ‘제재 레짐’ 구축에 공조해 박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외에도 강력한 독자적 제재 조치를 하고 있다. 이번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국제 공조 체제 구축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정부는 더욱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제재위반 조사 전문가 패널’ 보고서가 곧 나올 것이다. 정부는 이 보고서에 ‘구멍’이 없는지 잘 살펴보고 철저하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다른 유엔 회원국들이 독자적 제재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그동안 유엔 제재가 중국의 미온적 자세로 인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점을 유념, 이 보고서에서 중국 측의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강력한 외교적 대응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모두 전례 없는 강력한 ‘제재 레짐’을 구축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와 협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북한과 아무런 성과 없는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고 경제 협력을 통해 현찰까지 주자는 것은 유화주의적 발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대북 국제 공조 체제를 흔들려는 국내 일각의 움직임은 안보 분야와 관련해 소통이 부족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정부 외교·국방·통일 부처의 장관들은 대북 제재 레짐의 성격과 향후 정부의 외교·군사·통일 전략의 방향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이런 여론 지지를 바탕으로 제재 레짐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 공조 외교에 힘써야 할 책임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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