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명중 1명이 암환자… “보건 정책 개선” 목소리

항암신약 건보적용 비율 29%
OECD 20개 국가중 하위 4위
관련 재정 지출도 9%에 그쳐

1,2기 생존율 90% 세계 최고
4기땐 보험제한에 치료 불충분
“암치료 절감된 재정 재분배를”


4기 암환자로 투병 중인 남편을 둔 이연희 씨는 “환자가 살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지만, 가족으로서 그 눈빛을 저버릴 수 없어 마음이 타들어 간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신약은 비보험 등으로 엄청난 치료 비용 등의 현실에 부닥치게 된다.

정현철 연세대 암센터 종양내과 교수는 “진료 시 가장 속상할 때는 환자의 눈빛에서 ‘이제는 삶을 접어야겠다’는 마음이 읽히는 순간”이라며 “최근에 개발된 항암신약은 비보험인 경우가 많고, 기존의 치료제에 저항성이 생겨서 신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면, 살고 싶다는 눈빛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기해야겠다는 눈빛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항암제는 환자 본인 분담금이 5%이기 때문에 보장성이 좋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일 수 있다. 약제가 보험금이 지급되는 ‘급여’인 경우는 환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다수의 항암신약이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해 평균적인 보장성은 낮은 수준이다.

1일 한국 암 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에서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국가를 대상으로 보험등재 된 항암제의 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하위 4위였다. 한국에서 허가된 항암신약 중 보험에 등재된 비율은 OECD 20개 국가 평균(6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9%로 나타났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인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수 있으며, 3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하는 시대다. 지난 5년간(2009∼2013년), 암 발생률은 28.5% 증가했으며, 유병률은 69.7%, 사망률은 5.7% 증가했다. 이 수치는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암환자 치료에는 항암제 급여제한 등으로 제한해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에 맞는 보건 의료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항암제 재정지출 비율도 낮았다. 헬스케어 데이터 통계 분석 및 컨설팅 서비스 회사인 IM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약제비 재정 지출 중 항암제의 비율은 9% 수준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9%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환자 치료를 위한 투자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암환자 수는 매년 11% 증가하는 반면 항암제 관련 지출은 매년 5%만 증가했다. 암환자의 요구가 적절히 반영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을 바로 보여준다. 암 치료의 혁신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암환자들의 생존율은 세계 비교에서 순위가 올라가고 있지 못하다. 이는 암 치료 보장성의 불균형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교수는 “조기 검진, 수술의 발전으로 1∼2기 암환자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으나 4기 암환자는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함에도 보험 제한 등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암 병기별로 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암이 처음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경우 상대 생존율은 89%, 주위 장기나 인접한 조직 혹은 림프샘을 침범한 국소 진행단계 상대 생존율은 72.7%였으나,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로 전이된 단계 상대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져 19.7%였다.

일부 환자나 전문의들은 4기 암환자의 치료 향상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자는 얘기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조기 검진 및 예방 등으로 암 치료 분야의 재정이 전체적으로 절감되고 있는데 이 몫을 4기 환자에 재분배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안으로 나오고 있다. 즉 재정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사회가 함께 고안해 보자는 것이다.

한국 암 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 관계자는 “우리 가족 중에 1명이 암환자인 시대”라며 “육체·정신·경제적으로 더 많은 고통을 받는 4기 암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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