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통장임기싸고 공방
與, 무제한 연임가능 조례 개정
野, 거부권 행사 뒤 재의 요구


대전 동구에서 지방행정의 최말단 조직으로 꼽히는 통장의 임기 제한 폐지 여부를 놓고 국회의원과 구청장 등 지역권력 간에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과 구의원들은 연임 제한 폐지 조례를 통과시켰고 야당 소속 구청장은 갖가지 폐단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한 뒤 구의회에 재의를 요구한 상태다.

1일 대전 동구와 동구의회에 따르면 동구의회는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29일 다수당인 새누리당 구의원들 주도로 통장 임기 관련 조례를 개정해 의결했다. 통장 임기와 관련 ‘1회(3년)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는 종전 조례에서 ‘1회에 한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해 무제한 연임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이장우 국회의원은 4·13 총선 대전 동구 선거운동 과정에서 통장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를 위해 제한돼 있는 통장임기를 연임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총선 후 새누리당 구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조례개정이 되도록 하겠다”고 연임제한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이 의원의 공약대로 동구의회가 관련 조례를 개정하자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통장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고 임기제한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연임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찬성여론도 있지만 특정인에게 ‘평생 통장’, ‘종신 통장’의 길을 열어 놓은 셈이어서 반발 여론도 높아졌다.

동구는 지난달 19일 “주민의견 수렴 절차가 누락됐고 반대여론이 확산돼 주민 간 갈등으로 공익에 저해된다”며 동구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한현택 동구청장은 야당인 국민의당 소속이다. 대전에서는 지난해 5개구 통장들의 모임인 통장연합회가 결성된 이후 지역별로 임기제한 폐지 요구가 잇따르고 있으나 대전시와 대다수 구청들은 현행 제도 유지가 바람직스럽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300∼400가구를 대표하는 통장들은 대부분 동네 터줏대감들로 정치인들은 이들의 집단적 이해관계에 민감할 수는 있다”며 “현재 전국 7개 특·광역시 일선 자치구는 연임 제한과 정년제 등을 통해 통장의 임기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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