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는 ‘잘 지내’ ‘안녕’이란 낯 익은 안부 인사조차도 가슴 저미게 그리워했을 이들이 많았음에 다시 한번 가슴이 아려집니다. 당신이 겪었을 아픔과 슬픔 그리고 외로움에 미리 손 내밀어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서울 서대문구가 주축이 된 무연고자 장례식에서 있었던 송사(送辭) 중 한 부분이다.
구는 지난 2013년부터 무연고 사망자의 쓸쓸한 뒤안길을 배웅하기 위해 지역 내 주민과 재능기부자들로 구성된 마을장례지원단 ‘두레’를 운영해 오고 있다. 구는 가장 최근인 5월 27일에는 이란 국적의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 알리(가명·56) 씨에 대한 마을장례를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한국에서 가죽제품 기술자로 일해온 알리 씨는 지난 2월 지하철역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지난 4월 사망했다. 입원 후부터 고인이 생전 다니던 나섬교회(광진구 소재) 교인들이 이란대사관의 협조를 통해 연고자를 찾기 위해 수소문했고, 그 과정에서 현지 가족과 연락이 닿았지만 가족이 사체 인수를 포기해 5월 11일 무연고 처리됐다. 이후 교회 관계자와 생전 고인과 알고 지내던 이란 국적 외국인들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장례예배를 드릴 수 있기를 희망해 5월 27일 서울시립승화원 내 추모의 숲 분향대 앞에서 추모예배가 열렸다. 예배를 인도한 김상철 목사는 “고인이 우리와 함께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았는지 훗날 가족들이 추모의 숲을 방문해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의 두레는 지난 2013년 5월 구청 사회복지과 신윤경(35·사진) 주무관의 제안으로 지역 내 명지대학교교회, 서대문경찰서, ㈜교원라이프, 동신병원, 승화원, 서대문구청 등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사업이 시작됐다. 상설기구가 있는 건 아니지만,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 때마다 이들 기관에서 협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신 주무관은 그때그때 필요인력을 알선하는 코디 역할을 한다. 서대문구의 무연고자 장례지원이 다른 구와 다른 점은 일반 구에서는 장례의식 없이 직장(直葬) 처리하는 데 비해 서대문구 두레는 의식을 진행한 후 화장을 하고, 이 영상을 촬영해 끝까지 유족을 위해 보관한다는 점이다.
구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내에서 무연고 사망자로 행정 처리한 대상자는 6명으로 지난 5년간(2010~2014년) 평균 사망자 2.5명에 비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신 주무관은 “앞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무연고 사망자도 많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가 주민등록 전산망에 이들의 사망 후 장례방법, 재산처분계획 등을 미리 담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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