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첨단·高부가 선박 개발
R&D 비용 급감땐 경쟁 밀려
고급인력 中·日에 뺏길 수도
“노사협력으로 위기 타개해야”
1980년대 구조조정을 했다가 산업경쟁력에서 한국에 밀렸던 일본이 최근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설비감축 등 다운사이징을 하면서도 조선산업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이 최근 결정한 2018년까지의 중기 계획에 사물인터넷(IoT) 활용 선박, 신형 LNG 운반 선박, 신형 고부가가치 선박 등 신규 기술 개발 내용이 대거 담겼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5년까지 매출 3000억 엔(약 3조27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일본의 또 다른 조선사 코아인더스트리사는 신기술인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 프로펠러를 탑재한 신형 선박 개발에 성공했다.
과거 세계 조선 시장을 주도한 일본은 불황이 시작되자 1976년 61개 조선사를 1987년 26개로 줄이고 독 내 생산 척수도 제한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신기술에 대한 투자도 적절히 이뤄지지 못해 업황이 좋아질 때 효율성, 기술경쟁력에서 밀려 한국에 1위를 뺏겼다. 2010년 일본 조선산업 연간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은 1억2000만 달러(약 1429억 원)로 한국 5억 달러보다 크게 낮았다.
하지만 일본은 최근 몇 년 사이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마리타임 이노베이션 재팬(MIJAC)’을 설립해 선박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 감축 기술, 해양에너지 기술 연구 등을 해오고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공기윤활시스템(MALS) 등을 적용했다.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약 70%를 감축할 수 있는 NYK슈퍼선박을 개발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구조조정 요인은 설비 과잉, 부채비율 급등 등 과거 일본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설비감축 등 다운사이징을 하면서 동시에 일본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기술개발 투자와 경쟁력 강화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 선박 등 R&D 투자를 급격히 줄이면 일본, 유럽 등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주 급감 상황에서 유일하게 크루즈선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급 기술 개발 인력을 중국, 일본 등에 뺏기지 않는 것도 조선업 회생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을 받아 저가 경쟁을 유발하는 방식을 버리는 다운사이징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높일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일률적인 구조조정 방식은 핵심 인력들을 잃게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단순한 산업합리화 구조조정이 아닌 산업경쟁력 강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사 간의 합의도 중요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스페인 르노는 2006년 생산량이 급락하자 노사 갈등을 빚었지만 2009년 인력 재배치에 합의하고 전기차 트위지 등 신차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이뤄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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