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길언 ‘정치권력…’출간

제주 출신 소설가 현길언(77·사진) 씨가 제주 4·3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제주 도민 보상을 위한 ‘제주 4·3 사건 진상 조사 보고서’가 역사적 실상을 왜곡한 부실한 보고서이며 정치권력에 의한 역사 왜곡이라며 이를 파헤친 ‘정치권력과 역사 왜곡’(태학사)을 출간했다.

550여 쪽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으로 책을 내놓은 작가는 “작가의 양심으로 역사적 사실이 명분주의와 정치적 실리성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현상을 외면할 수 없다”며 “이 작업이 내 얕은 문학의 길을 성찰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과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책은 작가가 편집인 겸 발행인으로 있는 계간 ‘본질과 현상’에 실었던 내용을 포함해 최근 3, 4년에 걸쳐 작업한 결과물이다. 책에서 작가는 김대중정부 시절 제정된 특별법의 문제점과 그 법에 의해 작성된 진상 보고서의 편향성을 조목조목 밝히고 그 내용의 오류를 비판하는 한편 4· 3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와 4·3 사건의 비극을 극복하는 방법 및 보고서를 보완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작가는 “정치적으로 민주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권을 잡은 김대중정부는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를 당한 제주 도민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사건의 진상 규명보다 도민의 피해 보상에 더 의미를 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가는 “이 사업은 노무현정부로 넘어가 결국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이에 의거해 대통령이 도민에게 사과하기에 이르렀다”며 “4·3 사건 보고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거부하는 남로당이 일으킨 반란임에도 그 원인과 동기, 과정을 외면하고 미 군정과 대한민국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반인권적 사태만을 문제 삼아 반란의 정당성을 암묵적으로 묵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비판했다.

또 작가는 이 보고서가 사건의 진상을 밝혀 주는 1차 자료를 외면하고 피해 보고서 수준으로 피해자 증언에 의해 ‘기억의 역사’를 만든 점도 비판한 뒤 4·3 사건을 정치적 의도에서 이해하고 이 틀에 따라 보고서를 충실히 작성할 인사들을 정치적으로 동원해 집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작가는 “특별법과 보고서는 진상 규명보다는 두 대통령이 갖고 있는 정치이념, 국정 지표를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 문서적 성격이 강하다”고 결론 내린 뒤 “진압 과정에서 나타난 반인권적인 사례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거부하는 그 반란의 목적을 정당화할 수 없는 동시에 사건이 반국가적인 반란이라 하더라도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야기된 반인권적인 사례 또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