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노동자 송금차단 의미

50개국 6만여명이 돈 보내
‘대북제재 루프홀’ 봉쇄효과


미국 재무부가 1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으로 공식 지정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자금줄이 전방위로 차단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미국과의 금융거래가 전면 금지되는 것은 물론, 중국 등 제3국의 금융기관도 북한과의 거래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져 ‘해외 현지 외화벌이→평양 송금→김정은 통치 자금화’로 이어지는 등식이 유지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미 정부의 조치에 대해 “미국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정부는 이를 높이 평가한다”며 환영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따르면 미국의 조치로 북한의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이 차단되는 직접적 효과를 포함해 미국과 환·대리계좌를 보유하는 외국 금융기관이 북한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금융거래가 중단되는 간접 효과도 예상된다.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하나의 은행에 대해서만 지정한 과거 ‘BDA식 제재’보다 광범위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등 당국과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외화벌이 해외송금 차단에 따른 효과다. 당국은 북한이 현재 러시아, 중국, 쿠웨이트 등 세계 50여 국가에 약 6만 명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연간 2억∼3억 달러(2287억∼3430억 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일 시대엔 2만∼3만 명이 1억∼2억 달러를 벌었으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거의 2배가 됐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지역·업종에 따라 200∼1000달러 선에서 급여를 받지만, 80∼90%를 충성자금 등의 명목으로 북한으로 송금하고 있다. 이렇게 송금된 돈은 김 위원장 등 핵심 계층이 사치품을 사거나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조치로 앞으로 북한과 실명 또는 차명계좌를 유지하고 송금하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제3국의 금융기관들은 미국과의 거래가 끊기는 제재를 받게 되므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이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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