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호 전북대 총장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쓴 장 지글러는 “모든 사람이 배고픔을 달랠 수 있기 전에는 지상에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빈곤과 기아를 종식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유엔이 ‘밀레니엄개발목표(MDGs)’에 이어 지난해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도 이 문제는 핵심 목표 중 핵심이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못살던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한 우리나라의 농촌 빈곤 극복 경험이 개도국(開途國)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초 동아프리카 지역 최고의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우간다 마케레레대와 전북대 간의 농업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도 그런 취지였다.

우간다는 적도에 걸쳐 있는 동아프리카 내륙국으로, 빅토리아 호수와 나일강 등 풍부한 수자원과 천혜의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어 ‘아프리카의 진주’로 불린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간다 농업 여건은 동아프리카 인구의 2배인 2억 명 이상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농업생산성은 우리나라의 3분의 1 이하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2014년 1인당 연간 소득이 680달러로 최빈국에 속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제 농업 개발협력은 주로 관개와 식수 개발, 전기, 마을 도로 등 기초 인프라 제공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근본적인 소득 창출 능력 제고에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개도국 유학생들도 국내 대학에서 현장 적용 기술보다는 강의실에서 이론과 실험실습 위주의 교육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간다 마케레레대는 자국 인재들이 반드시 한국의 농축산업 현장에서 생산·가공 및 유통 실습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고,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동아프리카 3개국 방문을 계기로 2017년부터 마케레레대 축산수의대 졸업생 20명을 전북대에 보내기로 했다.

이에 전북대는 지역 내 농업인 및 축산업 경영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우리나라 선진 농업생명과학기술 체험과 현장형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맞춤형 실무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농생명 분야의 우수한 연구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전북대 LED 농생명 융합기술센터와 종자산업단,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 농축산용 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 등이 공동 교육기관으로 참여함으로써 성공적인 국제 농업 개발 협력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우간다 학생들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전북대가 우간다 현지에서 운영하는 농업지도자연수원에서 1년간 새마을정신에 바탕을 둔 리더십 교육과 농축산 분야 기초 실무교육을 받게 된다. 그 후 전북대에서 2년간 전공 수업과 농장, 식품 가공업체 등 농축산업 현장에서의 선진 실무 기술교육을 병행해 받는다.

박 대통령의 동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우간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마케레레대와 전북대 간에 이뤄진 이번 협약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물자 지원 중심의 기존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전환해 개도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 개발협력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도국은 자국 농업 발전을 주도하면서, 우리나라 농산업과의 연계를 계속할 수 있는 한국형 리더십과 기술을 겸비한 농업 분야 지도자를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개도국의 지속 가능한 소득 창출과 농촌 개발을 위한 지도자 양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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