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정상까지 조릿대 확산
환경부 “희귀 고산식물 위협”
제주도 “생태계 재편의 현상”
한라산 조릿대 군락지 확산 현상을 두고 ‘생태계 파괴’ 우려가 있다는 환경부 및 환경단체와 ‘자연스러운 생태계 재편현상’이라는 제주도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식물인 구상나무도 고사위기에 처해 있어, 최근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제주도에 생태계 파괴 논란이 뜨겁다.
3일 환경부와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오랫동안 서식해 왔던 조릿대의 과다번식을 두고 이해당사자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조릿대 확산 현상은 1980년대 말 방목을 금지한 이후부터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당시 제주도는 조릿대뿐 아니라 나무와 다른 식물들까지 모조리 먹어치우는 말들 때문에 식물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말의 방목을 금지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릿대가 과다번식해 오히려 다른 식물들의 군락지를 침범하면서 생태계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 한라산 해발 1700m 고지 부근의 윗세오름 등 등산로 주변과 산 능선들에는 조릿대가 큰 군락을 이루면서 대지를 뒤덮고 있다. 멀리서 보면 백록담 정상 부근까지 조릿대가 침범하며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환경부는 조릿대의 과다번식으로 한라산의 희귀 고산식물 등이 서식지를 빼앗기면서 식물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도 조릿대 확산으로 인해 한라산국립공원 생태계 관리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멸종위기 식물인 구상나무도 고사위기에 처해 있어 한라산 생태계 파괴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구상나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침엽수로 해발 1000m 이상 고산지대에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기후변화로 번식지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보존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라산에서도 말라 죽어가는 구상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제주도에 보낸 공문을 통해 한라산이 조릿대로 인해 국립공원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구상나무에 대해서도 보전과 복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주도 측에 전달했다.
이 같은 전반적인 제주도의 생태계 파괴 논란에 대해 제주도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제주도청 산하 한라산 연구원의 김한철 박사는 “한라산 연구 역사는 100년밖에 안 돼 말 방목 이전 시대에 어느 정도의 조릿대가 분포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인위적인 말 방목이 금지되면서 조릿대가 과거의 개체 수로 돌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조릿대는 한라산에 옛날부터 서식해 온 고유종으로, 조릿대 번성을 꼭 생태계 파괴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조릿대는 뿌리가 깊고 튼튼해 게릴라성 폭우가 자주 오는 한라산의 산사태를 예방하는 기능도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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