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국민 불안을 키우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서도 무책임(無責任)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의 ‘미세먼지 특별 관리를 위한 관계장관 회의’를 거쳐 3일 확정 발표한 범정부 대책의 대부분은 이미 시행 중이거나 ‘재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박 정부의 정책 의지 박약에 여야 정치권의 발목잡기가 겹친 결과로, 그런 식의 대책은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해법일 수 없다.

황 총리는 “경유차가 미세먼지 배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경유차 생산과 운행 과정의 배출 기준을 강화하고,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을 제한해 나가겠다”면서 40년이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등 친환경차 확충, 예보제 개선 등 대체로 2일 당정협의 결과를 반영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13년 발표했던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도 담겼던 것이 대부분으로 이미 실행 중인 것도 많다. 환경부와 기획재정부가 엇박자를 보인 데다가, 여야 모두 반발한 경유가 인상이나 경유 자동차에 대한 환경부담금 부과 등은 대책에서 제외한 배경도 달리 있지 않을 것이다. 주요 정책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부처 간 조율 없이 불쑥 내놓았다가 ‘아니면 말고’ 식인 행태의 반복 개연성이 크다. 당정회의에서 새누리당이 “경유값 인상이나 직화구이 규제 같이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 부담이 늘어나는 방안은 대책에 포함시키지 말라”고 한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따른 것도 달리 이유가 있기 어렵다. 그런 식으론 박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국무회에서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국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말뿐일 수밖에 없게 마련이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어제오늘 제기된 게 아니다. 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심각했는데도 변변한 대책 회의조차 없었다. 오히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7월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9년까지 18조 원을 들여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추가로 세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제 깨끗한 공기도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도 충분히 설득시키면서,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단기·중기·장기 대책을 제대로 실천하는 일은 정부의 기본 책무 중 하나임을 새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