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시기가 절묘했다. 미국이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했다. 워싱턴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 6만여 해외 파견 노동자의 평양 송금을 사실상 불가능케 했다.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중으로 2013년처럼 대북 제재가 이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메시지가 신속히 전달됐다. 이번 금융 제재는 그 효과 측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특히, 이번 조치로 북한의 금융기관뿐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 금융기관의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이 차단된다. 미국 금융 시스템은 국제금융 시스템(SWIFT)과 연결돼 있어 파급 효과가 즉각적이다. 북한은 금융 제재에 대한 뼈아픈 추억이 있다. 2005년 ‘자금 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됐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2500만 달러가 동결된 전례는 금융 제재의 효과를 짐작하게 한다. 당시 북한은 피가 마르는 고통을 호소하며 해제를 요구했다.

이번 제재는 BDA 제재보다 강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미국은 특정 은행이 아닌 국가 전체를 감시해 사실상 북한을 국제 금융망에서 퇴출시켰다. 평양은 이제 전 세계에서 북한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연 3억 달러 규모의 현금과 무기 수출 대금을 이민백에 담아 비행기로 실어 날라야 한다. 외교행낭을 이용한 현금 직접 운송이라는 최후의 방법도 유엔의 벌크 캐시(대량 현금) 반입 금지 규제로 쉽지 않다. 최종적으로 핵과 미사일이라는 무기 개발과 김정은의 통치자금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란이 2011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돼 4년 만에 핵을 포기하게 된 전철을 북한이 밟을지 주목된다.

반면, 미국의 맞춤형 금융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중국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미국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중국은 칼날이 결국 자국을 겨냥하고 있다며 미국의 독자 금융 제재에 반대했다.

현재 북한은 중국이나 유럽 등에서 비밀계좌를 분산 운용하고 있다. 북한은 2005년의 뜨거운 추억 때문에 대리인을 세우는 등 고도의 비밀 금융거래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은 정상적인 금융 시스템을 운용하는 비중이 작아 이번 조치의 영향이 이란과는 차이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제2270호 발표 이후 중국의 일부 중개인들은 ‘상유정책(上有政策) 하유대책(下有對策)’이라는 생존 방식으로 은밀한 북·중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단둥·선양 및 옌볜의 소규모 은행들은 직접 미국계 은행과 거래도 많지 않아 미국의 제재 동참에 부정적이다. 이번 조치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북한이 중국 무역 제조업체 등으로 위장하거나 차명을 사용해 중국 금융기관에 개설한 계좌를 적발하는 일이다.

결국, 기존의 대북 제재와 유사하게 중국 금융기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다만, 최근 미·중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심해짐에 따라 중국의 전폭적인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 이후 한반도에 ‘2개의 한국’ 정책을 통한 세력 균형 회복이 베이징의 동북아 외교정책 근간이다. 미·일 동맹에 대응해 북·중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미·중 간에 패권을 둘러싼 갈등이 대북 제재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북한의 불법 거래 물증을 찾아내 중국에 제시하는 것이 이번 조치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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