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 국가안보학을 강의하면서 서해의 우리 영해를 사진으로 보여주면 신기해 한다. 북방한계선(NLL)이 서해 5도를 지키는 선으로 연결돼 있는 사진과 1999년 9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 사진을 함께 보여주면 남북한의 긴박한 대치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기에다 서해를 사수하는 제2함대 사령부의 일상적인 임무를 부연 설명하면 학생들은 그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반응이다. 특히, 6월이 되면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이 순간에도 그런 위험 속에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야 한다.
해마다 꽃게잡이 성어기인 이맘때면 NLL 인근 수역은 남북한과 중국의 어선들이 서로 뒤엉켜 예민해진다. 서해를 지키는 해군 2함대 사령부도 매일 초긴장 상태다. 더구나 지금처럼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는 충돌이 일어나면 어디까지 확전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해에 개봉된 영화 ‘연평해전’이 우리를 애절하게 만든 것은 전투 이후의 후속 조치가 상식 밖이었기 때문이다.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거행된 장례식은 ‘해군장’으로 치러지며 병영행사가 돼 버렸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 국가 지도자들은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군인들과 유족들은 공분을 삼켰다.
전사자들에 대한 예우에서는 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전사자 유족에 대한 국가의 예우가 고작 몇천만 원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제기됐지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2010년 천안함이 피격돼서야 합당한 예우가 이뤄졌다. 연평해전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그나마 국민성금으로 실질적인 보상을 할 수 있었다. 연평해전을 통해서야 전몰장병에 대한 국가의 예우 문제를 다시 점검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몰장병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책무에 대해 정곡을 찌른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이다. 기원전 431년으로 추정되는 어느 장례식에서 그는 아테네의 관습에 따라 추모 연설을 맡았다. 그리고 전사자와 그 유족들을 어떻게 예우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지적했다. 우선, 전몰장병은 국가의 최고 예우를 받아 마땅하며 그들이 보여준 덕행과 희생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특히, 전사자의 장례식을 최고 통치자가 직접 주관하며 유족과 국민을 상대로 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애국심을 호소하는 최적의 기회를 부여한다. 이것을 외면하는 통치자는 국가가 부여한 최고통수권 직무를 유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전몰자들과 그 유족에 대해서는 그들의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 모든 양육비를 국고로 지원할 것을 페리클레스는 약속했다. 오늘날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는 이 정도의 예우를 실천하고 있다. 적(敵)과 휴전 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야 한다. 제2연평해전 당시 실종됐던 한상국 중사는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5년에서야 상사로 추서됐다. 그동안 부인 김한나 여사가 전투 중에 희생된 군인을 순직자로 예우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줄곧 상사 진급을 요구해 온 결과다.
유족의 가슴에 피멍을 남기거나 이들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살아남은 우리로서는 전몰장병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경의와 최대의 예우를 그들과 유족들에게 베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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