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장관이 4일(현지시간) 한국 외교장관으로서는 최초로 쿠바를 방문함에 따라 양국 간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윤 장관이 4~5일(현지시간), 1박2일 일정으로 쿠바를 방문해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프랑스 국빈방문 수행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쿠바로 갔다.
윤 장관은 이번 쿠바 방문에서 예정대로 ACS 정상회의 주요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ACS의 옵서버 국가 자격으로 정상회의에 참석,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개발에 있어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게 공식적인 목적이다.
하지만 이번 ACS 정상회의가 미국과 쿠바 간 관계 정상화 추진에 합의한 이후 쿠바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정상급 다자회의라는 점, 쿠바가 여전히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점 등에 외교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쿠바는 지난 1960년 북한과 수교를 맺고, 특별히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불과 지난달에는 북한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쿠바를 찾아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동을 갖고 ‘동지적, 형제적 관계’에 있음을 거듭 확인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초 라울 카스트로의 85번째 생일을 맞아 축전도 보냈다.
반면 한국과 쿠바는 수교를 맺지 않은 상태다. 지난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 이래로 양국 간 교류는 단절돼 있다. 하지만 미국과 쿠바가 최근 국교정상화를 이룬 것을 계기로 우리도 쿠바와의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윤 장관의 방문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윤 장관의 방문이 양국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양국 실무진은 이번 윤 장관의 방문을 통해 자연스레 교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 문제도 직간접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쿠바를 ‘형제국가’로 칭하고 있는 북한에게는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 등으로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쿠바마저 우리 정부와 관계 재설정에 나선다면 북한은 외교적으로 완전히 외톨이 신세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정부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일정 중 하나로 우간다를 방문, 우간다 정부로부터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북한과 군수물자 협정 등을 맺고 있던 에티오피아에서도 북핵 저지 공조를 끌어냈다.
이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불과 2주 전께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통해 친서를 전달하고, 우호적 관계 발전을 약속한 쿠바에 한국 외교장관이 방문한다는 사실이 불쾌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또한 “금번 ACS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 및 외교장관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쿠바 방문에서도 대북(對北) 압박 외교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쿠바가 북한과 오랜 기간 수교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특히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한 이후에도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중시하고 있는 한국 외교장관의 첫 쿠바 방문이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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