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성 소수자 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오는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동성애에 반대하는 측이 같은 장소에서 ‘맞불 집회’를 예고하면서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경찰은 양측의 접촉을 원천 봉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퀴어조직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오는 6월 11일 서울광장에서 ‘제17회 퀴어문화축제’를 진행하겠다”며 집회신고를 했다. 당시 조직위원회가 적어낸 예상 참가 인원은 총 1만 명. 반면에 나라 자녀사랑 운동연대와 샬롬선교회 등 모두 6개 단체는 남대문경찰서에 대한문과 시청 동편, 서편을 중심으로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이들이 적어낸 예상 참가 인원은 퀴어문화축제 참가 예상자의 2배인 2만여 명이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단체들이 같은 날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면서 경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행사 당일 참석 인원은 신고 인원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찰은 최소 1만 명 이상이 서울광장에 모여 서로 대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비슷한 규모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을 당시 총 20여 개 중대, 2000여 명을 투입한 것을 고려해 올해도 유사한 수준으로 경비 병력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경찰은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외곽을 따라 400m가량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반대 집회가 진행된 서울광장 건너편 대한문 쪽에도 200m 정도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양측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할 방침이다.

현재 경찰이 가장 예의 주시하고 있는 행사는 거리 행진(퍼레이드)이다. 매년 행사 때마다 거리 행진이 시작되는 순간 양측은 가장 격렬하게 대치했다. 퀴어조직위원회 측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2㎞가량 퍼레이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거리 행진이 시작되자 이를 반대하는 측이 행진을 막기 위해 도로 위에 드러눕는 등 양측이 강하게 대치했다”며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거리 행진 예상 경로를 중심으로 주요 병력을 사전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참가 인원이 워낙 유동적인 만큼 현재도 관련 정보를 다양하게 수집하고 있다”며 “정확한 행사 참가 인원과 동선이 파악되면 그에 따라 구체적인 경비 대책을 세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관련기사

장병철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