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발전사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어떻게 하면 잘 달리고, 잘 멈출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온 역사다. 3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를 꼽으라면 많은 이가 엔진이나 바퀴 등을 우선 떠올린다. 하지만 100년 넘도록 자동차가 인류의 대표 운송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를 안정적으로 멈춰 세우는 제동장치(브레이크)의 발전이 함께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친환경차가 주목받으면서 브레이크는 차량이 멈춰 설 때 사라지던 운동에너지를 회생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장치로도 주목받는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초의 자동차 사고는 18세기 무렵 발생했다. 처음 기계의 힘으로 움직이는 도구가 생겨났을 당시 자동차의 속도는 사람이 걷는 정도에 불과한 시속 5㎞에 그쳤다. 바퀴와 노면의 마찰력만으로도 차량을 멈춰 세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N J 퀴뇨가 제작한 자동차가 언덕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벽에 부딪히면서 최초의 자동차 사고로 기록됐고 브레이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브레이크 역시 등장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브레이크 시스템은 ‘슈 브레이크’로 벽돌 모양으로 생긴 마찰제인 슈(shoe)를 타이어 가장자리에 밀어붙여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었다. 이후 1880년대 슈 브레이크에서 한 단계 발전한 ‘밴드 브레이크’가 나타났다. 바퀴 구동축에 브레이크 드럼을 설치하고 밴드를 감아 밴드를 조이면 구동축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었다.
현대적 방식의 ‘드럼 브레이크’는 1904년 영국 롤스로이스사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됐다. 휠 안쪽에 드럼을 정착하고 드럼 내부에 슈 브레이크가 있어 드럼을 바깥쪽으로 죄면 제동력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드럼 브레이크는 앞바퀴보다 상대적으로 제동력이 덜 걸리는 뒷바퀴에 많이 장착되고 있다. 드럼 브레이크보다 진일보한 ‘디스크 브레이크’는 현재 가장 대중적인 브레이크다. 원반 형태의 디스크가 바퀴와 함께 회전하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유압이 전달돼 디스크 패드라는 마찰재가 양쪽에서 회전하는 디스크를 압박해 회전속도를 떨어뜨리고 멈추게 하는 방식이다.
더 나은 제동 성능을 위해 1960년대 말 포드의 링컨 컨티넨탈에 항공기용 브레이크였던 ‘ABS(Anti-lock Brake System)’가 적용됐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디스크를 계속 죄던 기존 방식과 달리 디스크를 빠르게 잡았다 풀었다를 반복해 최적의 제동 효과를 얻는 장치다. ABS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로 여러 센서를 통해 차가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적화된 제어 성능을 발휘한다. 브레이크는 현재 발로 페달을 밟아 차량을 감속하거나 멈추게 하는 ‘풋 브레이크’와 경사로 등에 차량을 안전하게 세우기 위한 ‘주차 브레이크’로 나뉜다. 요즘에는 손가락으로 눌러 간단히 작동시키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차량도 늘었다.
도로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차량 동력성능이 향상되면서 제동성능을 높이기 위한 각 브랜드별 차별화된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토요타는 ‘제동보조장치(BAS)’ 기능을 적용해 운전자가 긴급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발에서 힘을 빼더라도 최대 제동력을 유지토록 했다. BMW 역시 비상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힘이 약해도 최대한도로 제동 압력을 높이는 ‘다이내믹 브레이크 컨트롤(DBC)’ 기능을 자랑한다. 높은 제동성능을 요구하는 고성능차를 위해 모터스포츠에 사용되던 세라믹 소재를 양산차의 브레이크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인 메르세데스-AMG는 탄소 소재를 통해 보강된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를 적용해 일반 디스크보다 40%가량 가벼우면서도 극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제동을 가능하게 했다. 아우디 역시 R8와 RS 등 고성능 모델에 ‘카본 세라믹 디스크’를 활용해 강한 제동 성능을 낼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가 등장하면서 브레이크 시스템 역시 진화했다. ‘회생제동 브레이크 시스템’이 그것으로 차량이 멈출 때의 운동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기존 브레이크에 비해 에너지 손실률을 70% 가까이 줄여준다.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연비 향상 효과의 40%를 회생제동 브레이크 시스템이 차지할 정도로 친환경차에 회생제동 브레이크는 필수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1월 세계 두 번째로 기존 회생제동 브레이크 시스템을 이루는 여러 부품을 하나로 통합해 원가 및 중량을 30% 이상 줄인 ‘차세대 전동식 통합 회생제동 브레이크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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