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한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분하는 기본적인 기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그로 인한 해프닝도 적지 않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은 동명이인을 소재로 한 로맨틱코미디다. 외식사업본부 상품기획팀 대리 오해영(서현진)과 영화 음향감독 박도경(에릭)이 이름 때문에 악연을 맺었다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동명이인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으로 시작한 오해영과 박도경의 사랑은 당연히 순탄하지 않고, 그래서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는 끝까지 예측하기 어렵다. 해피엔딩이라는 로맨틱코미디의 장르 관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해영은 고교 시절 내내 이름이 같은 반 친구보다 예쁘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그냥 오해영’으로 불리면서 번번이 곤혹스러웠던 트라우마가 있다. 졸업과 함께 ‘예쁜 오해영’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당당하게 살아가는가 싶었는데,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결혼을 앞두고 수렁에 빠진다. 젊은 나이에 사업가로 성공한 남자 한태진(이재윤)과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다가 결혼식 하루 전날 파혼을 당한 것이다.

‘그냥 오해영’에게 닥친 악재는 ‘예쁜 오해영’이 원인이었다. 사연인즉슨 이러했다. 예쁜 외모에 상냥한 성격과 능력까지 겸비한 오해영(전혜빈)과 낭만적인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한 박도경은 그녀가 결혼식 당일 식장에 나타나지 않고 사라진 뒤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변호사 친구 이진상(김지석)에게서 젊은 사업가 한태진의 결혼 상대자가 오해영이라는 정보를 접한 박도경은 사랑했던 그녀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일면식도 없는 한태진을 사기혐의로 음해한 것이 ‘그냥’ 오해영을 불행하게 만든 것이다. ‘오해영’이라는 이름을 오해한 박도경 때문에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네 사람의 운명을 바꾼 꼴이다.

파혼 이후 집에서까지 쫓겨난 ‘그냥’ 오해영은 운명처럼 박도경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 된다. 옆집 여자가 자신의 오해 때문에 파혼당한 동명이인의 오해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박도경은 그녀에게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렇게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던 박도경은 어느 날 초능력자처럼 ‘그냥’ 오해영의 미래를 보게 되면서 미묘한 감정 변화를 겪는다. ‘그냥’ 오해영도 박도경의 호의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런데 그의 옛날 여자가 바로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만들었던 ‘예쁜’ 오해영, 그것도 자신이 근무하는 외식사업본부 태스크포스(TF)팀장으로 부임한 바로 그 ‘예쁜’ 오해영이라니 기가 막힐 뿐이다. 게다가 자신의 파혼이 박도경 때문임을 알게 되었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으랴.

이 드라마는 잘나거나 못난 것과 상관없이 자존감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냥’ 오해영은 뛰어난 업무 능력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실적을 알리지 않아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 ‘예쁜’ 오해영 또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박도경에 대한 사랑을 포기함으로써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그런가 하면 24시간을 돌아다닌다는 의미의 ‘이사도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수경(예지원)은 존재감을 갖기 위해 사랑을 갈구한다. 반면에 박도경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래서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일상의 소리를 기록하는데 평소 듣지 않던 그 소리를 뒤늦게 들으면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깨닫는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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