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이면 1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하다는 단오(端午)다. 가을보리를 거두고 모를 심는 망종을 보낸 후, 한 해 농사가 잘되도록 기원하는 3대 명절 중 하나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설날이나 추석만큼 큰 행사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 감기는 설날 윷놀이만큼이나 우리나라 고유의 세시풍속으로 유명하다. 독특한 향이 특징인 창포로 머리를 감으면 청량감과 함께 두피의 부스럼을 제거하고 흰머리를 예방해 준다. 여름철 천연샴푸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약으로 쓸 때는 머리 감는 창포가 아닌 석창포를 사용한다. 석창포는 창포와는 같은 속(屬)이라 사촌지간이지만 생김새가 다르다. 석창포는 잎이며 뿌리, 줄기 등이 전반적으로 크기가 작고 한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한다. 이름처럼 돌 틈이나 돌 위에 붙어 자라는데 생명력이 매우 강해 흙 없이 물속에서도 잘 자란다. 심지어 작은 뿌리 하나만 흙 속에 남아 있어도 다시 살아난다. 이런 강한 양기로 인해 석창포를 창양(昌陽)이라고도 부른다.
석창포의 효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화담개규(化痰開竅)라 할 수 있다. 몸 안의 진액이 제때 사용되거나 배출되지 않고 정체돼 있다가 변성된 것을 담(痰)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축적된 담은 혈액 및 체액의 순환을 방해하고 신체 조직의 탄력성을 떨어뜨린다. 이때 석창포의 신온(辛溫)한 성미(性味)가 담을 분해하고 배출해 준다.
또한 석창포는 인지사고능력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도 이용된다. 이런 약리작용을 개규(開竅)라고 한다. 규란 인체의 이목구비 등 외부로 나 있는 통로로, 시각·청각·후각·미각 등 주요 감각작용을 비롯한 두뇌 활동을 촉진시키는 것을 말한다. 주로 방향성이 강한 약재들이 개규약으로 사용된다. 석창포에도 아사론(asarone)이라는 방향성분이 있어 뇌신경을 보호하고 뇌신경전달물질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다. 종합하면 석창포는 인체 곳곳에 쌓인 각종 노폐물(담)을 제거하는 데 탁월하며, 인체의 최상부인 두뇌에 작용해 이목구비의 감각을 일깨우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석창포 중에 상품을 구절창포(九節菖蒲)라고 하는데 구(九)는 양수(陽數) 중 가장 커서 양기가 충만함을 나타내는 숫자다. 참고로 시중에 유통되는 구절창포는 알타이바람꽃의 뿌리로 석창포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석창포를 차로 마실 때는 매운맛이 자극적일 수 있기 때문에 꿀이나 대추, 감초를 함께 넣어 우린다. 다만 매운맛을 가릴 정도로 너무 달게 해서는 안 되며, 센 불에 오래 끓이면 향이 다 날아가므로 석창포를 미리 물에 불린 후 약한 불에 은근하게 우려내야 한다. 석창포를 곱게 가루를 내서 물에 타서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 보관과 음용이 훨씬 용이하다.
차서레시피 유창석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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