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 정치부 부장

한국 방위산업이 총체적 부실의 늪에 빠져 있다는 위기의식이 증폭되고 있다. 빚더미에 앉은 모기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문을 닫거나 팔려나갈 위기에 놓인 방산업체들로 어수선하다. 대표적인 업체가 현재 3000t급 잠수함을 건조 중이며, 이지스함·구난함·군수지원함 등 대한민국 함정 건조 선두주자를 자부해온 대우조선해양이다. 부채비율이 2014년 약 453%에서 2015년 1년 사이에 6800%포인트 이상 높아져 7300%를 초과,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된 대우조선해양은 모기업을 살리기 위해 1조 원대의 방산부문(특수선사업부) 분할·매각설로 뒤숭숭하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해양의 방산 부문을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은 이지스함 등 함정과 잠수함, 한진중공업은 상륙함과 고속정을 건조해온 해군 방위산업의 주축이다. 이들 4개 조선업체 방산 부문 매각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방산 통합법인 출범 논의가 한창이다.

조선 부문 방산업체를 4개씩이나 늘려 해군의 함정 수주를 갈라먹기식으로 진행해온 것이 방산 부실을 키운 주범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의 방산 선진국들이 탈냉전 이후 M&A를 통해 방위산업 구조개편을 해온 것과 비교해 시대착오적 조치였다는 평가가 있다. 미국은 국방비의 효율적 활용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지원(1988∼1997년, 750억 달러) 아래 50여 개 업체를 록히드마틴과 보잉, 노스럽그루먼, 레이시온사 4개 업체로 통폐합했다. 유럽 역시 1970∼1980년대 방산업체 통합(분야별 1개사 체제)에 이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국제공동개발 및 역내 통합에 성공했다. BAE시스템스(영국), 탈레스(프랑스), 핀메니카(이탈리아), EADS(프랑스·독일·스페인) 등 유럽 방산 빅4가 그렇게 탄생했다.

2010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은 국방 산업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미래기획위원회의 ‘국방산업 2020 전략’ 등 방위산업 육성책을 보고받고 “조속히 강력히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2020년 주요 7개국(G7) 수준의 국방기술 및 국방수출 국가 달성으로 국방산업의 신성장 동력화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저가경쟁입찰제 도입 등 그릇된 방산 정책으로 방산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방산 기반을 크게 약화시켜 방산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의 세계 방산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 세계 시장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80%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과 두산은 비전 없는 방산 투자를 미련 없이 접었다.

한국 방산업계의 과제는 세계 방산 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학을 실현하고 내수 중심의 무기체계 개발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 종합방위산업체를 육성하는 것이다. 수출주도형 방위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시급하다. 민간의 첨단융합기술과 결합해 내부의 방산 생태계 위기를 잘 극복하고 그간의 정책 실수를 만회할 적극적인 방산 지원 정책으로 내실을 다지면 방산 수출 강국의 새 기회가 도래할 것이다. 방산이 무너지면 국방과 안보가 위태로워진다.

csjung@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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