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출자분’ 내년 예산 반영
韓銀 → 기업銀 → SPC 대출
펀드 통해 ‘코코본드’ 인수
韓銀서 ‘직접 출자’ 경우엔
정부서 인수하는 조건 달아
조선·해운 업종 등의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이 정부와 한국은행이 각각 직접출자와 간접출자(자본확충펀드 대출)를 맡는 방식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자본확충 협의체가 지난달 4일 첫 회의를 연 뒤 1개월여 만에 직·간접 출자 병행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한은이 대출금 회수 장치 등을 통해 ‘손실 최소화의 원칙’을 지킨 대신 금융 불안 시 사실상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놔 정부와 한은이 서로 ‘주고받기’를 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2조 원+알파(α)의 대규모 자본확충 방안이 마련됨에 따라 향후 조선·해운 업종에 여신이 몰린 국책은행을 통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은 8일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해 5조∼8조 원 수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구조조정에 자금이 투입돼도 산은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13.0%(올 3월 말 현재 14.6%), 수은은 10.5%(9.9%)이상을 충족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자금 소요를 추정했다.
하지만 국책은행 자본 확충 규모는 자본확충펀드(한은 10조 원, 기업은행 후순위대출 1조 원)와 직접출자(1조 원 이상)를 합해 12조 원 이상으로 추정치보다 많다. 향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충분한 규모를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자금 투입은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마련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당장 수은의 BIS비율을 10.5%에 맞추기 위해 9월 말까지 공기업 주식 등을 활용해 1조 원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에는 현금 출자 소요를 반영하기로 해 국책은행 자금 지원에 대한 국회 동의를 밟게 된다. 자본확충펀드는 한은과 정부가 ‘도관은행’(돈이 흘러나가는 파이프 역할을 하는 은행)인 기업은행에 자금을 대출하고, 이 돈이 특수목적법인(SPC)에 들어간 뒤 SPC에서 조성한 자본확충펀드가 산은과 수은이 발행하는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신용보증기금의 지급 보증을 통해 한은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자본확충펀드는 7월부터 가동된다.
아울러 구조조정에 따른 시장 불안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경우 정부와 한은은 수은 출자를 포함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강구하기로 했다. 다만, 한은 출자 시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 출자분을 인수하는 조건을 달았다.
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한은의 수은 출자는 선언적 의미이며, 추후 한은이 수은에 직접 출자하는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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