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전문가 조언

“美, 북핵 문제로 명분 얻고
中 견제 효과까지 얻게 돼”


외교·군사 전문가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한국의 안보와 국익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미·중 대립 구도에 얽매이지 않는 전략적인 판단하에 원칙을 세우되 상황에 맞게 전술적인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8일 “동북아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북핵, 사드 배치,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한국은 미·중 간 패권 다툼 차원의 시각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국익의 관점이라는 전략적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김 교수는 “중국은 사드를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일환으로 보고 있어 용인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한국은 중국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늘린다는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이 구체화되는 과정”이라면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고 이란 핵문제까지 해결한 미국은 아시아에 군사력을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북한은 중요한 명분을 제공해 주고 있다”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북의 핵 개발로 사드 배치를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고, 북핵으로부터 주한미군을 보호하는 것 외에 부수적으로 중국 견제 등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 직후에 사드 배치가 이뤄져야 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는 “사드 배치를 논하기에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면서 “북한 4차 핵실험 직후에 사드 배치를 주장했더라면, 중국에도 할 얘기가 있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거나 추가적인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사드 한반도 배치에 명분을 더욱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교수는 “미·중이 사드 배치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한국이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너무 주도적으로 나서면 중국과의 관계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핵 문제에서 촉발된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가시화되면서 동북아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도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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