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모데미 마을서 발견된 모데미풀.
지리산 모데미 마을서 발견된 모데미풀.
문효치 새 시집 ‘모데미풀’
69가지 풀꽃 제목삼아 표현


문효치(73·사진) 시인이 시집 ‘모데미풀’(천년의 시작)을 펴냈다.

시집 모데미풀은 이 세상 모든 풀에 관한 이야기다. 시인은 전체 4부, 72편으로 이뤄진 이번 시집에서 총 69가지의 풀꽃을 제목이나 부제로 삼아 표현했다. 실물을 본 적은 없고 이름만 알고 있거나 어디선가 본 적은 있지만 이름은 모르는 풀꽃들의 면면을 노래했다.

표제시인 모데미풀은 지리산 운봉 모데미라는 마을에서 처음 발견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의 하나로, 하늘을 향해 흰 꽃이 활짝 피는 게 특징이다. 시인은 모데미풀과 하늘을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로 그린다. 누구나 외롭지만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면 외로움을 다스릴 수 있다고 말한다.

‘매듭마다 피가 맺혔다’로 시작하는 ‘매듭풀’은 8∼9월 연분홍색으로 꽃이 피는 풀이다. 잎겨드랑이에 1∼2개씩 꽃이 달린 모습이 마치 매듭에 피가 맺힌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도 시인의 눈은 자연에서 인간사를 읽어내는 쪽으로 이어진다. 매듭풀도 삶을 앓고 있다는 발상이 바로 이런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인은 전통 시의 형식을 띤 ‘선경후정(先景後情·경치를 먼저 내세운 뒤 정서를 드러냄)’으로 매듭풀의 보이지 않는 상처와 아픔을 보듬는다.

시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결국 생명의 추구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와 감동이 사라지고 진리와 아름다움, 가치가 땅에 떨어진 원인을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정의와 감동을 되찾는 길은 생명을 회복하는 일이다.

‘쥐오줌풀’ ‘쓴풀’ ‘며느리밥풀’ ‘깽깽이풀’ ‘파드득나물’ ‘개비름’ 등 낯설지만 흥미롭고 정감 어린 풀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경수(중앙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마치 시로 쓴 식물도감을 보는 듯한 이번 시집에서 새로운 풀꽃들의 이름과 외양을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평했다.

시인은 1966년 한국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집 ‘연기 속에 서서’ ‘무령왕의 나무새’ ‘남내리 엽서’ ‘별박이자나방’ 등 11권을 출간했다. 시선집 ‘백제시집’ ‘각시붓꽃’ 등 5권, 산문집 ‘시가 있는 길’ ‘시인의 기행시첩’ 등 3권도 냈다.

충북보건과학대(옛 주성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계간 ‘미네르바’ 대표이자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삿갓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익재문학상,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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