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카오 한틀 규제 탈피
차등화로 견제와 성장 조화
“자산기준규제 장기적 폐지를”
‘공기업 제외’ 형평성 논란도
정부가 지난 2008년에 만들어진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8년 만에 바꾸기로 결정한 것은 그동안 국민경제의 규모 등이 크게 늘면서 과거의 규제가 ‘한여름에 겨울옷’을 입은 것처럼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내부거래 규제)와 공시의무 규제를 현행 5조 원으로 유지키로 한 것은 규제 완화 의미를 퇴색시킨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계열회사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으로 바꾼 2008년 7월 이후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49.4%, 대기업집단 자산 합계는 101.3%, 대기업집단 자산평균은 144.6% 각각 증가했다. 경제 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대기업집단이라는 ‘주홍글씨’를 붙이는 지정 기준은 8년 동안 그대로였던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대기업 지정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할 때 1위 삼성(자산 규모 174조9000억 원)과 48위인 한국농어촌공사(〃 5조2000억 원)의 자산 규모 차이는 33.6배였다. 올 4월 대기업집단 지정을 할 때 1위인 삼성(〃 348조2000억 원)과 65위인 카카오(5조1000억 원)의 자산 규모 격차는 68.3배에 달했다. 삼성과 카카오를 ‘대기업’이라는 한 틀 속에 몰아넣고 법률에 지정된 것만 38개에 달하는 ‘규제의 덤터기’를 씌운 것이다. 자산 규모가 갑자기 증가하는 기업은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나 셀트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회사들이 조금만 크면 대기업집단이라는 굴레를 씌워 수십 가지 규제로 아예 ‘싹’을 잘라버리면서 경제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왔다.
정부가 이번에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높이면서 공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에서 슬그머니 제외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그동안 공기업 공시시스템인 ‘알리오’가 개설됐고 공기업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부채 관리 포함)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게 되는 등 공기업에 대한 규제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자산 규모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인상하면서도 ‘공시 의무’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의 대상은 자산 규모 5조 원으로 그대로 남겨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이와 관련,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현행 자산 기준 규제는 장기적으로 폐지돼야 할 것이나 이번에 지정 기준을 상향하고 3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고 판단된다”면서도 “대기업집단 지정대상에서 공기업집단만을 제외하기로 한 것은 이번 규제 완화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해동·박정민·박준우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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