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절도 등 생계형범죄 탓

장기 불황의 여파로 고철이나 구리, 건설 자재 등을 훔쳐 파는 생계형 범죄가 늘면서 ‘장물 처리소’로 귀금속상 대신 고물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노숙자 이모(44) 씨는 부산 강서구의 인적이 드문 길가에 세워진 전봇대를 오르기 시작했다. 이 씨의 손에는 인근 철물점에서 산 톱이 들려 있었다. 함께 노숙 생활을 하던 지인에게 “접지선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 감전 위험도 없고, 잘라서 팔면 돈이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전봇대의 손잡이를 잡고 4m 정도 올라간 이 씨는 톱으로 낙뢰 방지용 접지선을 30m가량 잘라냈다. 이 씨가 접지선을 들고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고물상이다. 이 씨는 고물상에 접지선을 넘기고 15만 원을 손에 쥐었다. 그는 이후에도 돈이 떨어질 때마다 전봇대에 올랐고, 7차례에 걸쳐 접지선을 잘라서 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훔친 물건을 고물상에 넘겨 처분한 장물 매각 사건은 2011년 3601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4714건으로 3년 새 30.9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장물을 귀금속상에 내다 판 사건은 같은 기간 2667건에서 2403건으로 9.90% 감소했다.

또 2014년 기준, 전체 장물 매각 사건 중 장물 처리 장소가 고물상인 사건의 비중은 36.04%로 1위를 차지했다. 귀금속상은 18.37%로 2위였다. 전당포(3.23%), 노점(1.75%) 등이 뒤를 이었다. 불황 탓에 ‘좀도둑’이 늘면서 고가의 장물을 취급하는 귀금속상보다 고철 등 값싼 장물을 처분할 수 있는 고물상으로 몰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발달 등으로 귀금속 등 값비싼 물건을 훔치기는 쉽지 않지만, 고철 등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장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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