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왼쪽 사진) 세종대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를 비롯한 저서들이 8일 성남시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오른쪽)에 ‘19세 미만 열람불가’로 표시돼 있다.  자료사진·홈페이지 캡처  합성
박유하(왼쪽 사진) 세종대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를 비롯한 저서들이 8일 성남시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오른쪽)에 ‘19세 미만 열람불가’로 표시돼 있다. 자료사진·홈페이지 캡처 합성
다른 공공도서관선 전례 없어
간행물委도 “지정한 적 없다”

성남시장 과거 박유하 비판
‘외부의 압력 있었나’ 의혹
성남시 “시장 관여 안 했다”


성남시가 관할하는 공공도서관이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학술저서들에 대해 ‘19세 미만 열람불가’(19금)로 판정, 서가에서 빼 논란이 되고 있다. 근래 학술서적을 청소년 열람불가로 막은 예가 없는 데다, 주요 공공도서관 가운데 유독 성남시 관할 도서관만 박 교수의 저서를 ‘19금’으로 판정하고 있는 것.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가 사회적 논란이 됐을 때 SNS를 통해 ‘어쩌다 이런 사람과 (같은) 하늘 아래서 숨 쉬게 되었을까’ 등으로 연이어 비난을 퍼부어 화제가 됐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시장의 개인적 성향이 시민들의 공공도서관 이용권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이와 관련한 시민들의 문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성남시 중앙도서관에는 ‘제국의 위안부:식민지지배와 기억의 투쟁’(뿌리와이파리, 2013·2015)을 비롯해 ‘반일 민족주의를 넘어서’(사회평론, 2004), ‘화해를 위해서’(뿌리와이파리, 2005), ‘누가 일본을 왜곡하는가’(사회평론, 2000) 등 소장된 박 교수의 모든 저서가 ‘19금’으로 서가에서 빠져 있다. 시가 관할하는 분당·판교·운중·중원도서관은 ‘제국의…’에 대해 ‘19금’으로, 구미도서관은 ‘제국의…’와 ‘반일 민족주의…’를 아예 ‘성인도서’로 분류했다.‘19금’ 도서로 분류되면 별도 보관돼 일반인도 접근이 쉽지 않고, 신청자만 나이를 확인한 뒤 열람·대출이 가능하다. 이날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등 주요 공공도서관 가운데 박 교수의 저서에 대해 ‘19금’을 단 경우는 한 군데도 없었다.성남시 중앙도서관 이정복 관장은 이날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박 교수의 책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위)의 청소년유해간행물 목록에 들어가 청소년 열람불가로 분류했다”고 밝혔으나, 간윤위에 문의한 결과 “박 교수의 어떤 저서도 청소년유해간행물에 포함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어진 통화에서 이 관장은 이를 시인하고 “전임 관장 때 박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가 사회적 논란을 빚자 도서관 차원에서 판단한 일이며 ‘19금’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서관 측의 해명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한 공공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 차원에서 임의로, 그것도 학술서적을 ‘19금’으로 묶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이뤄졌다면 시민권의 중대한 침해”라고 말했다. 실제 도서관 측은 이에 대한 이용자의 민원이 있었다고 전했다.

2013년 발간된 ‘제국의 위안부’는 민족주의와 국가라는 이념의 틀과 남성 중심의 시각에 의해 가려진 위안부 문제에 대해 기존과 다르게 접근한 학술서다. 한국의 상당수 학자와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등 일본의 제국주의와 재무장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은 박 교수의 책에 지지를 표명해 왔다. 일부 내용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돼 법원의 판단에 따라 2015년 34곳이 삭제된 제2판이 출간됐고 지금도 소송이 진행되는 등 여전히 논쟁 중인 책이다.

김남준 성남시 대변인은 “시내 공공 도서관의 유해도서 선정은 관장이 자체적으로 위해하다고 판단하면 할 수 있도록 자체 규정을 마련해놓고 있기 때문에, 이 관장이 스스로 판단해 박 교수의 저서를 19금으로 선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시장이 등급 선정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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