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용 논설위원

‘국내외 주식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을 분석·예측하여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 한국직업사전에 나오는 ‘애널리스트’ 직업에 대한 정의다. 흔히 줄여 ‘애널’이라고도 부르지만 영자(英字)와 그 발음이 별로 좋지 않은 의미의 속어와 똑같아 정작 당사자들은 그 약칭을 싫어한다. 한때 ‘자본시장의 꽃’ ‘대학생 선망 직업 0순위’ ‘억대 연봉 전문직 대명사’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었던 직종이다.

우리나라 애널리스트 전성기의 시작은 1999년 무렵이다. 외환위기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벤처 투자붐이 일며 몸값도 크게 뛰면서부터다. 당시 ‘잘 찍는’ 애널리스트 연봉은 1억5000만∼2억 원이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25평이 1억8000만 원가량 하던 시절이다. 이들의 주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최고점을 찍었다. 8억 원은 제시해야 스타급 애널리스트 1명을 영입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애널리스트가 이제는 증권사에서 찬밥 신세가 됐다. 코스피가 줄곧 1800선에서 2000선 초반 사이를 맴도는 ‘박스피(boxPI)’에 갇히면서 증권사 수익도 쪼그라들자 고액 연봉의 애널리스트들이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9일 현재 총 1072명으로, 5년 만에 30% 가까이 급감했다. ‘애널 1000명 시대’의 종언도 시간문제인 셈이다. 쫓겨 나는 사람도 많지만 스스로 나가는 사람도 적잖다. 업무 강도는 세지는데 처우까지 열악해지기 때문이다. 연봉은 최근 3년간 평균 20% 이상 줄었다. 특정 기업에 대해 소신껏 ‘매도’(sell) 의견을 내놨다간 그 기업으로부터 문전박대당하기 일쑤다. 그 기업이 고객사이니 직장 내에서도 눈총을 받는 일이 다반사다. 우리나라 증권사 보고서가 ‘매수’ 일색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죽하면 매도 아닌 ‘중립’ 의견까지도 ‘팔라’는 의미로 해석될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은 병상첨병(病上添病)이다. 퇴사 후 식당을 차리는 등 아예 전업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화양연화 영 포에버’.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최근 내놓은 앨범 제목이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때를 뜻하는 사자성어다. 그런 시대를 풍미한 직종이 한국 애널리스트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철언(哲言)이 또 폐부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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