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감서도 ‘말바꾸기’
고삐 풀린 관리시스템도 한몫
産銀 파견 CFO 손 안 거친 채
부장이 1000억까지 재량결재
대우조선해양의 부실·방만 경영과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분식회계가 이뤄진 2014년에 손실을 이미 인지한 정황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조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도 정상화되지 못한 데에는 산업은행에서 파견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결재 없이 현장에서 최대 1000억 원까지 쓸 수 있는 부실 시스템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산업은행 등에서 압수수색한 압수물 자료 중 고재호 전 사장(2012∼2015년 재임)이 2015년 신임 사장이 취임한 뒤 정정공시된 2013년, 2014년의 부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엄청난 적자에 큰 영향을 끼친 해양플랜트 산업 투자와 관련, 산업 특성상 부실을 미리 알기 어렵다는 경영진의 해명을 뒤엎는 증거로 분석된다.
그간 조선업계와 검찰 안팎에서는 신임 사장이 와서 한 달 만에 밝혀낸 2조 원대 손실을 전 사장과 전 CFO는 아예 모르고 있었다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압수물 분석 중 그간 경영진의 해명을 뒤엎는 증거물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국정감사 속기록에 따르면 당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대우조선해양 이사회 속기록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자료에는 2014년 1월 정기 이사회에서 고 전 사장은 “한마디로 요약해서 관리 가능하지만 빅 서프라이즈는 아니다”고 말했다가 석 달 뒤인 4월 24일 4차 정기 이사회에서는 “최대 관리점은 해양 제품 중 일부 제품의 생산 차질입니다. 예정 시간보다 1년 정도 늦어지고 있는데 금액이 2조5000억 원 정도 됩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석 달 만에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2조5000억 원 가량의 손해’로 말이 바뀐 셈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고 전 사장이 당시 연임에 도전하다 연임 실패가 확정됐기 때문 아니냐”고 추궁했다. 새 사장이 오는 것이 기정 사실화되자 분식회계한 사실에 대해 슬쩍 번복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수조 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도 부실을 면치 못한 데에는 터무니없는 관리 시스템도 한몫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일단 공정이 들어가고 난 다음 설계 변경이나 추가 공정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현장에서 투입하도록 해 CFO나 임원 라인의 결재 없이 부장 라인에서 수백억 원, 많게는 1000억 원까지 재량껏 결재가 가능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민병기·정철순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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