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우 표구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낙원표구사 작업실에서 한지 탁본을 들어 보이며 표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효우 표구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낙원표구사 작업실에서 한지 탁본을 들어 보이며 표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50년 외길 걸어온 ‘장인’ 이효우 표구장

“작품에 옷 입힌다는 말은
장식적 기능만 강조한 것
보존·복원하는 데 참의미
빨리·적당히 하면 손상돼”

반세기 삶 책 내며 전시회
병풍·족자 등 26점 내놔
산호장식·옻칠기법 볼 만


“표구가 대개 그림이나 글씨에 옷을 입히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장식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표구’란 ‘서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서화를 규격이나 용도에 따라 병풍, 족자, 액자, 첩, 두루마리 등으로 장식하는 것을 표구라 한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 낙원표구사의 이효우(75) 표구장은 이 일을 50년간 했다. 무려 반세기다. 한국 표구 역사의 산 증인인 셈이다.

그는 6·25 전쟁이 끝난 얼마 후 살림이 피폐해진 전남 강진 집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 해운당, 상문당, 동산방 등의 표구사를 전전하며 도제식으로 일을 배웠다. 그리고 1966년 낙원표구사를 차린 후 지금의 자리로 1973년 옮겨 오직 표구 외길을 걸어왔다.

“강진의 저의 집이 원래 여유가 좀 있어서 일제강점기 때부터 남농 허건(1908∼1987) 선생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시인묵객들이 사랑방을 많이 찾으셨죠. 어떻게 보면 그때부터 서화와 인연을 맺은 셈이죠. 그런데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며 집안이 몰락했어요. 결국 입에 풀칠하려고 지인 소개로 상경해 처음 배운 일이 표구였습니다.”

이 표구장은 장식 못잖게 보전과 복원 역시 표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표구를 통해 훼손된 작품의 복원까지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작품 보존과 복원에 대한 강의를 맡기도 했다.

“표구란 장식적인 기능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세월 전래되어 온 시서화를 적절한 수리와 복원, 혹은 재표구를 통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과정입니다. 종이나 비단이 울지 않게 하기 위해, 나무를 여러 차례에 걸쳐 오랜 시간 건조시키고 잘라붙여 족자 축을 만들어 끼워야 합니다. 배접하는 시간이나 횟수를 줄이고, 풀 쒀서 안 하고 화학접착제 등으로 적당히 빨리 표구하면 작품 자체를 손상시킬 수 있어요.”

그는 표암 강세황, 추사 김정희의 서화 등 수많은 작품을 표구했고, 월전 장우성(1912∼2005)을 비롯해 서세옥, 송영방, 정탁영 등 수많은 현대 화가들과 교유하며 그들 작품의 표구를 맡았다.

“이런 일도 있었어요. 원래 표구는 한 작품씩 할 때와, 전시장 전체를 채우는 작품을 표구할 때 방법이 달라요. 그런데 월전이 일본에서 첫 전람회를 할 때 하나하나 그림에다 표구색을 맞추더라고요. 일단 원하시는 대로 해드렸죠. 그런데 그림을 화실로 옮겨 가신 후 유심히 보시더니 ‘전부 다시 다 바꿔서, 이 선생이 하고 싶은 대로 하시죠’라고 하더라고요.”

이 표구장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의 포럼스페이스에서 구술집 ‘풀 바르며 산 세월 : 표구장 이효우 이야기’ 출판을 기념한 전시회도 열고 있다. 19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는 정성스레 표구를 해 보관해온 병풍, 족자, 액자, 서첩 등의 작품 26점이 전시된다. 미술관에서 관람객은 작품 감상외에 이번에는 표구 기법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 중에도 쪽물이나 치자물을 들여 고운 색을 낸 것들이 있는가 하면, 액자 틀에 네 귀 장식과 옻칠을 하고, 수술과 산호 장식을 달아 고풍스러운 맛을 살린 것도 있다. 그가 고이 표구해 둔 아계 이산해(1539∼1609), 표암 강세황(왼쪽 사진·1713~1791)과 같은 이들의 작품에서는 당대의 문학적 정취가 깊이 묻어 나온다.

“요즘 아파트가 늘며 일감은 줄었어요. 박물관 외에 온전한 병풍을 구경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습니다. 그나마 아파트에 보관 중인 그림도 시멘트벽에서 올라오는 독성에 의해 많이 망가져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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