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官錄- 레임덕 방지 공직기강 고삐

불법전매 의혹 수사 등 초긴장
점심시간 엄수·술자리 1차만
“총선패배 책임 돌리나” 불만도


롯데그룹,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공직기강 단속을 위한 조치들이 이어지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의 긴장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정권 후반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행태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4월 총선 패배 등의 책임과 화살을 애꿎은 공무원들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13일 세종청사의 부처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진행된 부처에 대한 보안 및 기강단속 암행감찰을 11일로 1차 마무리하고, 후속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찰은 인사혁신처 시험출제과에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생이 불법 침입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후 불거진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의 공직기강 해이 사례가 잇따르자 1개월 이상 진행됐다. 과거 국조실에서 진행한 암행감찰과 달리 그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게 공무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공무원 A 씨는 “보안등급 분류 문서가 아닌데도 퇴근 후 책상에 서류가 있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경우도 있어 종이 자체를 놔두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점심시간도 오후 1시를 넘기지 않으려 쏜살같이 복귀하고 술자리는 2차를 피하는 등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공항 출입국 심사만큼이나 대폭 강화된 부처 출입 보안 검색에 대해서도 아무런 불평 없이 주머니 속 소지품까지 일일이 꺼내놓고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프랑스 순방 동안에는 ‘적발되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며 한층 더 몸을 사리기도 했다.

지난주 암행감찰을 끝낸 국조실은 적발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소속 부처에 요구할 계획이다. 앞으로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면 수시·불시로 암행감찰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조실의 행보는 정권 후반기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4월 총선에서 여당의 패배로 ‘여소야대’ 국회가 꾸려진 상황에서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19대 때보다 국회를 통과하기 한층 어려워지면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행태가 심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언론을 통해 경유 가격 인상 논란과 공공기관 기능 조정 등에서 ‘부처 간 엇박자’ 지적이 나오자 국조실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해당 부처에 이 같은 기사가 나가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공무원 B 씨는 “인사처 등 일부 공무원들이 사고 친 것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는 차원의 감찰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지만, 정치적 고려도 있는 것 같아 썩 좋은 기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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